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글로벌기업 삼성전자 회장을 韓 대통령이 만든다니

이재용 최후진술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7-12-31 09:00 송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의 뇌물공여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마친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2017.12.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의 뇌물공여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마친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2017.12.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다.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지난 3년간 국내 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4%다. 임직원 약 30만명 가운데 외국인이 20만명 가량이다. 삼성전자가 2016년 우리 정부와 해외 각국 정부에 낸 조세공과금은 총 8조9000억원이다. 이중 67%를 국내에 납부했다. 아시아 비중은 19%, 미주·유럽 비중은 13%, 기타 1%였다. 삼성전자가 한국 정부에 낸 조세공과금은 2014년 2조9150억원, 2015년 3조9780억원, 2016년 5조9630억원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실적과 존재감도 한국 시장을 넘어선지 오래다. D램과 낸드플래시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미국 인텔을 제치고 영업이익에서 세계 제조기업들 가운데 1위 왕좌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시장에서도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한국의 대통령이 은밀하게 도와줘야 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논리를 납득조차 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힘써줘야 했기 때문에 독대자리에서 부정한 청탁을 하고 뇌물을 주기로 합의했다며 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7일 열린 자신의 항소심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전 아직도 특검이 제시하는 경영권 승계라는 개념이 이해도 안가고 납득할 수도 없다"며 "대통령에게 승계 관련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고 말했다. 최후 진술에서도 "삼성의 리더로 인정받는 일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제가 왜 뇌물을 주고 청탁을 하겠느냐"고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아들로 삼성전자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삼성전자 이사회 멤버로 등기이사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청탁으로 연결짓는 특검 측에 "질문을 이해 못하겠다"고 반문했다. 특검 측 강백신 검사가 "이건희 회장 유고 시에 피고인이 경영권을 승계받을 상황인 것이 맞나"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검사가 말한 경영권 승계가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하겠지만, 유고하신다면 저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리 이건희 회장님 외아들이라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경영을 잘해서 주주들과 임직원에게 인정받아 한번 잘해보고 싶었다"며 "지분 몇 프로가 좀 높고 낮고는 전혀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후 진술에서도 이 부회장은 "저는 이건희 회장님처럼 선대 회장의 셋째 아들도 아닌 외아들이고, 후계 자리를 놓고 (형제간) 경쟁도 없었다"며 "회장님 와병 전후에 (사정이) 달라진 것이 없고 또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성공할) 자신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가 왜 뇌물까지 줘가면서 승계를 위한 청탁을 하겠나. 인정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회장직을 이어받는 '승계'는 앞으로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고 대통령의 은밀한 도움이 필요한 인위적인 '승계작업'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승계작업에 관한 내부 문건이나 자료가 전혀 발견된 적이 없음 △대통령 독대 이전에 이미 대내외적으로 삼성그룹 후계자로 인정됨 △삼성 에버랜드 지분을 통해 이건희 회장 수준의 지배력을 이미 확보함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50조원, 외국인 지분율 54%로 추가 의결권 확보 통한 지배력 강화 불가능함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앞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경우 여러 번 이 부회장에게 회장직 취임을 채근했으며, 당장 사장단 회의를 열어 회장으로 추대하면 그뿐이라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인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고 공소사실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특검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매우 다급했고 대통령의 은밀한 도움이 필요했다는 논리구조 위에 부정한 청탁과 뇌물이라는 주장을 쌓아올렸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특검은 개별현안과 포괄현안이라는 두 갈래의 구조를 세웠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나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규모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11개 경영현안을 '개별현안'이라고 정의하고 11개의 현안이 모두 이재용 부회장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는 갤럭시S5의 심박수 측정 앱에 대한 규제 완화라는 새로운 12번째 현안도 제시했다. 다만 공소장에는 넣지 않았다.

특검은 11개의 개별현안을 모두 포괄하는 '포괄현안'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고 주장했다. 삼성 계열사의 각 경영 현안이 청탁 대상일 뿐 아니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특검의 주장을 절반만 수용했다. 11개의 개별현안에 대한 삼성 측의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1심은 대통령에 대한 명시적 청탁은 없었지만, 경영권 승계에 대한 포괄적 청탁을 '묵시적'으로 했다고 인정했다.

이 부회장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인재 대표 변호사는 최종변론에서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인정하고서도 '포괄적 현안에 대해', 그것도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한 1심판결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허한 말장난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seei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