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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베네수엘라 '돼지고기 혁명'이 시작됐다

정부의 '크리스마스 약속' 파기에 분노
마두로 "포르투갈이 방해" 주장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17-12-29 17:23 송고 | 2017-12-29 17:24 최종수정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식량 부족에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AFP=뉴스1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식량 부족에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AFP=뉴스1

베네수엘라에서 또다시 반(反)정부 시위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른바 '돼지고기 혁명'(La revolución del pernil)이다. 수 년간 이어진 불경기로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밥상조차 차리지 못한 국민들이 분노하며 길거리로 나섰다. 

28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전날부터 시민 수백명이 참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도로를 막고 비닐봉지와 같은 쓰레기를 불태우며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문제는 마두로 정부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국민들에게 나눠주기로 약속했던 '돼지고기 넓적다리'가 배급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돼지고기 넓적다리는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기념하는 베네수엘라의 전통 상차림이다. 
시민인 아라셀리스 이노호사는 "그들은 돼지고기 다리와 닭, 고기를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며 "나는 100% 차비스타(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세운 사회주의 정권 지지자)지만,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CNN에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돼지고기 혁명'과 관련한 글이 계속해서 게시됐다. 한 이용자는 이번 사태를 두고 "독재의 끝이 예상치 못하고 과소 평가된 요인에서 시작된 것을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크리스마스는 4년간 계속된 불경기 중에서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촉발된 베네수엘라의 경기는 침체되고 물가는 심하게 올랐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무려 2000%에 달한다. 국민들은 고질적인 식량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 책임을 포르투갈에 돌리고 있다. 이날 그는 국영 TV방송에 출연해 "돼지고기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그들이 우리를 방해했고, 난 그 이름을 댈 수 있다. 바로 포르투갈"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정권에 경제제재를 부과한 미국이 포르투갈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  

포르투갈 정부의 아우구스토 산토스 실바 외무장관은 "우리 정부는 돼지고기 조달을 방해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시장경제 속에 살고 있고 기업들이 수출을 담당한다"고 반박했다.

현지 기업들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값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르투갈 식품 기업 라포랄과 모회사인 아그로바리우스는 지난해 베네수엘라에 수출한 돼지고기 1만4000톤의 값인 4000만유로 중 일부를 지난 8월부터 받지 못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 기업들은 베네수엘라 대사로부터 모든 부채를 내년 3월까지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라포랄은 돼지고기 공급과 관련해 어떤 방해 행위도 알지 못하고, 베네수엘라가 지불 의무를 적시 이행하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4월 대법원이 의회 입법권을 박탈하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었다. 시위는 수개월째 이어졌고 125명이 사망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국제기구들은 자체 제재를 부과하며 마두로 정권을 압박했으나, 마두로 대통령은 이를 '미국으로 대표되는 제국주의 세력의 음모'라고 일축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 AFP=뉴스1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 AFP=뉴스1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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