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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요, 사람 다 죽어"…79번 외친 마지막 구조요청

‘제천 화재’ 119 신고자 통화 녹취록에 담긴 상황
첫 신고 접수 6분만에 2층서 “숨을 못 쉰다”

(충북·세종=뉴스1) 송근섭 기자, 박태성 기자, 김용빈 기자 | 2017-12-28 14:02 송고 | 2017-12-28 14:36 최종수정

지난 21일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건물 2층 비상구. 당시 비상구 출입통로가 목욕용품 선반 등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2층에서는 여성 20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홍철호 국회의원실 제공) 2017.12.27/뉴스1 © News1 송근섭 기자
지난 21일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건물 2층 비상구. 당시 비상구 출입통로가 목욕용품 선반 등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2층에서는 여성 20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홍철호 국회의원실 제공) 2017.12.27/뉴스1 © News1 송근섭 기자

“빨리요, 빨리. 대피할 데가 없다고요. 어떡해. 빨리요. 사람 다 죽어”

지난 21일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화재’ 때 첫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6분만에 건물 안은 아비규환이 됐다.
28일 자유한국당 홍철호(경기 김포을) 국회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119 신고자 통화 녹취록’에는 당시의 급박했던 구조 요청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 신고는 오후 3시 53분 접수됐다.

사우나 1층 카운터 직원으로 확인된 첫 신고자는 “여기 노블휘트니스거든요. 불났어요. 빨리 오세요, 빨리”라고 119에 신고했다.

이후 인근 목격자 등으로부터 “연기 엄청 나는데. 지금 난리 났는데”, “빨리 오셔야 될 것 같아요. 불이 번지고 있어요”, “검은 연기가 엄청 많이 나와요”, “사우나 지하층에 가스가 있어요, 가스가. 가스탱크 큰 게 있어요”라는 다급한 신고가 연이어 들어왔다.
이어 건물 안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고자로부터 신고가 들어온 것은 오후 3시 59분쯤이다.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발생 당시 CCTV 영상. 2017.12.22/뉴스1 © News1 D.B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발생 당시 CCTV 영상. 2017.12.22/뉴스1 © News1 D.B

이 신고자는 2층 사우나에 갇혀 있다며 “빨리”만 79번을 외친다.

또 “대피할 데가 없다”, “사람 다 죽어”, “숨을 못 쉬어”, “구해줘 빨리”라고 절박하게 구조 요청을 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119상황실 근무자는 무전으로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에게 “구조대 빨리 2층으로, 여자, 여자, 2층”이라고 내용을 전달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대응을 지적하는 신고도 이어졌다.

오후 4시 8분쯤 걸려온 신고전화에는 “하소리 목욕탕 불 났는데 (소방)차가 하나뿐이냐”, “여러 대 있는데 한쪽에만 불 끄고 옆에 번지는 거는 불도 안 끄고, 사람이 매달려 있는 건 저 뒤쪽인데 소방차 하나도 없는데 여기”라는 내용이 있다.

같은 시각 또 다른 신고자는 “2층에 사람들이 갇혀서 지금 전화오고 난리예요. 2층에 왜 접근을 못하고 있어요?”, “지금 2층에 목욕탕에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지금 숨을 못 쉰다고 그러는데. 그쪽으로 연락을 취해가지고 빨리 좀 서둘러 주세요. 사람들이 거기서 큰일날 것 같아요”라고 빠른 구조 활동을 요청하고 있다.

21일 오후 3시53분쯤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8층짜리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불이 나 구조를 기다리던 시민이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다.(독자 제공) 2017.12.21/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21일 오후 3시53분쯤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8층짜리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불이 나 구조를 기다리던 시민이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다.(독자 제공) 2017.12.21/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당시에는 오후 4시 6분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 4명이 건물 외벽에 매달린 요구조자를 구하기 위해 매트리스·에어매트 설치 작업을 하고 있을 때로 추정된다.

이어 “옥상에도 사람이 있다”, “6층인데 앞이 안 보인다”는 신고가 계속 접수됐다.

첫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17분 만에 건물 전체에 불길과 연기·유독가스가 가득해 곳곳에서 구조 요청이 잇따른 것이다.

구조대원이 2층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진입한 것은 오후 4시 38분쯤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던 2층에서는 20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2층 주 출입문으로 향하는 고장 난 슬라이딩도어(반자동문) 앞에 가장 많은 희생자들이 있었다.

비상구 출입통로는 목욕용품을 쌓아두는 선반에 가로막힌 상태였다.


songks85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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