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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 교수직 거절당해…난 그래도 운좋은 여성의학자"

[메디컬리더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국내 여성의학자 최초로 '함춘동아의학상' 수상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7-12-22 14:52 송고 | 2017-12-22 18:34 최종수정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최근 국내 여성의학 중 최초로 서울의대 동문회가 수여하는 '함춘동아의학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상금 3000만원을 전액 장학금과 병원 발전기금 등으로 기부했다./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육아와 출산같은 개인 문제로 연구의 길을 포기하는 젊은 여성과학자들이 많아요. 이런 고민을 개인 문제로 보지 않는 연대의식이 필요합니다. 의학과 생명공학 분야는 여성들이 정말 잘하는 분야거든요."

국내 여성의학자 중 최초로 '함춘동아의학상'을 받은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56)는 22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수상의 기쁨보다 후배들 걱정부터 털어놨다. 어려운 여건 때문에 연구자의 삶을 고민하는 여성의학자들이 많아서다. 그는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반드시 길이 열린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김 교수는 "나를 시작으로 이 상을 받는 여성의학자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상금 3000만원은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께 모두 되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김 교수는 상금 3000만원 중 1000만원을 의대생들 장학금으로 쓰이도록 서울의대 동창회에 기부했다. 또 1000만원은 재직중인 분당서울대병원 후원금으로 쾌척했다. 대한의사협회 회관 신축자금과 한국여자의사회 발전후원금으로는 각각 500만원을 냈다.

'함춘동의학상'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가 의학발전에 공로가 큰 동문 교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했다. 그동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굵직한 연구성과를 낸 명망있는 의대교수들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여자란 이유로 교수직 거절당해"

김 교수는 지난 20여년간 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헬리코박터균)'를 연구해왔다. 이와 관련해 14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분야에서 국내 독보적인 존재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놓고 차별을 당했다.

김 교수는 "의대생 시절부터 교수가 되고 싶었지만 당시 소화기내과는 남자들의 무대였다"며 여자 의대생이 남자들과 같은 코스를 밟아 교수가 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지역 국립대병원에 문을 두드렸다. 그 병원에서는 1년만 기다려달라고 했고, 김 교수는 그 말만 믿고 교수로 일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1년후 그 병원에선 "내과에 이미 여성교수가 1명 있는데, 왜 또 여성을 뽑아야 하느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김 교수는 "내가 여성인 것은 고칠 수 없는 문제여서 큰 상처가 됐다"면서 "2003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되기까지 꼬박 10여년이 걸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악물고 버틴끝에 교수 꿈 이뤄"

그는 199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인 남편을 따라 떠난 미국에서 로드아일랜드병원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식도염 분야를 연구했고 유명 학술지에 논문까지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성과를 인정받은 김 교수는 1999년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병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두번째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두 딸을 키우면서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리는 삶이 고단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김 교수는 "연구성과가 더디니까 연구실에서 나가달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못나간다고 버텼다"면서 "결국 제가 제안한 연구에서 성과가 나오면서 3년반을 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그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교수의 꿈을 이뤘다.

역경이 적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는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여성은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사회적 편견이 있지만 오히려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창의력과 열정만 있다면 후배들이 도전정신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국내 의학발전을 위해서도 앞으로 유능한 여성의학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여성의학자들이 고된 환경을 혼자 헤쳐나가다 연구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주위에서 도움을 주는 연대의식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나영 교수(왼쪽에서 두번째)는 1999년 초부터 2002년 말까지 미국 UCLA병원에서 선임연구원 자격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연구실 동료들과 함께 있는 김나영 교수 모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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