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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캐럴도 무덤덤…취업한파 속 '블루 크리스마스'

'취업고민에 회사일에 여유 없어' 바쁜 걸음만
성탄절 연휴 앞두고 서울 도심 번화가 '한산'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김세현 기자 | 2017-12-22 06:00 송고 | 2017-12-22 09:45 최종수정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에서 시민들이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17.12.21/뉴스1 © News1 이원준 기자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에서 시민들이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17.12.21/뉴스1 © News1 이원준 기자

"캐럴 들어도 신이 안나요."

3일간의 '성탄절 연휴'를 이틀 앞둔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이모씨(26)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씨는 "올해 지원한 회사에서 모두 떨어졌다"며 "취업 걱정에 괜히 마음만 급하다"고 했다. 지하철역 쪽으로 사라진 그의 뒤에서 '매일이 크리스마스와 같아라'는 캐럴이 울려 퍼졌다.

서울 주요 번화가에서 크리스마스만의 흥겨운 분위기가 실종됐다. 이날 찾은 삼성역, 잠실역 일대는 시민들 발걸음이 뜸한 가운데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만 외롭게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 코엑스와 롯데월드타워 내부의 쇼핑몰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종, 루돌프, 빨간 선물함 같은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몇몇 상점에서는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럴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성탄절을 맞아 산타클로스가 인쇄된 선물용 과자와 휴대폰케이스 등 이벤트 상품도 곳곳에 진열됐다.

하지만 시민 대부분은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알록달록 상품을 그대로 지나칠 뿐이었다. 삼성역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씨(28·여)는 "그냥 크리스마스가 왔구나 느낄 뿐"이라며 "성탄절에 연말이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크리스마스 연휴에 무엇을 할지 별다른 계획은 없는 상태"라며 "오늘도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21일 오후 삼성동 코엑스몰 한 상점에 성탄절 시즌 상품이 진열된 모습. © News1 이원준 기자
21일 오후 삼성동 코엑스몰 한 상점에 성탄절 시즌 상품이 진열된 모습. © News1 이원준 기자

옷가게나 카페 등 상가도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잠실 롯데백화점의 한 카페 종업원 김모씨(22)는 "요즘 매장을 찾는 손님 숫자가 평소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안 오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의 대표적 번화가인 강남역 일대에도 곳곳에 촛불과 트리 장식품 등 크리스마스 관련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몇몇 상가는 '50% SALE' 등 홍보문구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대목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를 찾는 시민 발걸음은 전반적으로 뜸했다. 일대를 오가는 시민 숫자가 적을 뿐더러, 지나가는 사람도 성탄절 시즌 상품 쪽으로 눈길을 잘 돌리지 않았다.

한 생활용품점에서 만난 대학생 진모씨(21·여)는 "과자를 사러 이곳에 자주 찾는다"면서 "하지만 크리스마스 상품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연휴를 맞아 휴가를 나왔다는 군인 이모씨(20)는 "강남역이 원래 분주한 곳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한산해 놀랐다"며 "돌아다니기 편해서 좋다"고 했다.

주요 소비층인 20~30대 남녀들은 성탄절 연휴에 대체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이달 20∼30대 미혼남녀 307명을 대상으로 '크리마스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설문한 결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13.4%), '집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다'(12.1%)가 2,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이성 친구와 데이트'(55.4%)였다. 

이에 대해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스스로 사회적으로 즐길 만한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청년 세대는 취업을 못 해 힘들어하고, 사회초년생은 사회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송파구 신천동 대형 쇼핑몰 앞 거리가 한산하다. © News1 김세현 기자
21일 오후 송파구 신천동 대형 쇼핑몰 앞 거리가 한산하다. © News1 김세현 기자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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