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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3줄짜리 진료기록만…유족 무시한 이대병원

간담회 15분만에 파행…홍보실장 "진료 바쁘다" 피해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7-12-20 16:36 송고 | 2017-12-20 17:16 최종수정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치료 중 숨진 신생아 사망 유족이 병원측과의 간담회 중 자리를 나서고 있다. 2017.12.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치료받던 신생아 4명이 집단 사망한 가운데 병원이 유가족에게 간담회를 제의하고도 유가족의 질문을 무시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20일 예정됐던 '유가족-병원' 간담회는 15분여 만에 파행했다. 숨진 신생아들의 발인이 있은 지 불과 하루만이다.

'사망 신생아 유가족'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2층 대회의실에서 예정됐던 간담회는 병원의 부족한 준비와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아무런 의미 없이 파행됐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사망한 신생아를 치료했던 의료진과 지난 17일 언론브리핑을 결정했던 김한수 홍보실장의 참여 △지난 15일부터 16일 신생아 사망 시점까지의 일체 진료자료 공개를 요구했지만 간담회에는 일반 홍보팀 직원만 배석했고, 김 홍보실장은 아무런 답변 없이 "진료를 봐야 한다"며 퇴장한 데다 유가족이 요구했던 진료기록은 단 세 줄만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오후 2시14분쯤 병원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아직 병원으로부터 아무런 사과를 받지 못했다"면서 "오늘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대회의실로 향했다.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간담회를 시작한 지 채 15분도 되지 않아 대회의장에서는 성난 유가족의 고함이 들려왔다. 유가족은 병원측 관계자를 향해 "분명히 똑바로 말하라" "우리를 불러놓고 진료를 봐야 한다고 나가느냐"며 소리쳤다.

결국 오후 2시30분쯤 대회의실을 박차고 나온 유가족은 취재진을 만나 유가족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발언자로 나선 조모씨는 다소 흥분한 표정으로 "병원 측의 요구로 유가족은 생업을 뒤로 미뤄가면서까지 간담회에 참석했다"면서 "유가족을 부른 병원은 정작 부족한 준비와 불성실한 태도로만 일관했고, 간담회는 아무 의미 없이 끝났다"고 말했다.

조씨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단 2가지"라며 "첫째로 의료행위를 한 당사자들과 언론브리핑을 진행한 담당자의 참석을 요구했고, 두 번째로 15일 저녁부터 신생아 사망 당시까지의 모든 의료적 처치를 비전문가인 부모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자세히 정리한 자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당시 의료처치를 했던 심모 교수를 비롯해 유가족이 강력하게 참석을 요구했던 홍보실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유가족이 요구했던 진료기록도 단 세 줄짜리 자료만 제공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유가족의 거센 항의로 김 홍보실장이 대회의실을 찾았지만 오히려 유가족의 화만 돋우는 꼴이 됐다. '누가 17일 언론브리핑을 결정했느냐'고 묻는 유가족의 질문을 받은 김 홍보실장이 묵묵부답 자리를 피하려 하자 "어딜 가느냐"고 유가족이 가로막았고, 김 홍보실장은 "진료가 바쁘다"는 말만 남기고 회의실을 빠져나간 것이다.

조씨는 "모든 유가족이 생업까지 뒤로 하고 참석했는데도 병원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불성실한 태도만 유지했다"며 "오늘 면담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질타했다.

한편 이대목동병원 측은 "신생아가 사망한 이후 첫 유가족 간담회인 만큼 가족들이 감정적으로 격앙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유가족과 간담회 일정을 잡던 시점에 병원 홍보실장이 배석해달라는 요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가족이 요구한 심 교수가 배석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담당 주치의는 심 교수가 아닌 조모 교수"라면서 "유가족 입장에서는 심 교수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담당 의료진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떤 말을 해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첫 간담회 이후 몇 차례의 추가 간담회가 이어질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유가족과 병원 측의 다음 간담회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dongchoi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