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동아시안컵 결산③] 스타 이민아를 캤으나 숙제도 많이 받은 윤덕여호

(도쿄(일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12-17 06:10 송고
15일 오후 일본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중국의 여자 축구경기에서 3대1로 패배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2017.12.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5일 오후 일본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중국의 여자 축구경기에서 3대1로 패배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2017.12.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여자부 동아시안컵은, 출발은 기대감을 키웠으나 정작 마무리는 허탈하게 그친 대회로 정리할 수 있다. 가뜩이나 '이야깃거리'나 '주목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민아라는 새로운 스타플레이어를 발견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인물 하나를 캐낸 것 외에는 소득이 별로 없었다는 냉정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경기에서 3전 전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한국은 1차전에서 일본에 2-3으로 졌고 2차전에서 북한에 0-1로 패한 것에 이어 중국과의 최종전도 1-3으로 무릎을 꿇으며 승점 1점도 획득하지 못했다. 한국 여자축구가 동아시안컵에서 3전 전패를 당한 것은 2008년 대회 이후 처음이다.

애초부터 고전이 예상됐던 대회다. 남자축구와 달리 여자축구계의 북한, 중국, 일본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는 팀들이다. FIFA가 대회 도중인 15일 발표한 12월 랭킹에서 일본이 9위, 북한이 11위에 올랐다. 한국은 역대 최고인 공동 14위고 중국이 16위다. 요컨대 적어도 여자부 동아시안컵은 상당히 수준이 높은 대회다.

한국 여자축구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으나 아직은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더 뼈저리게 격차를 실감해야했다.
15일 오후 일본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중국의 여자 축구경기에서 3대1로 패배한 이민아가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17.12.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5일 오후 일본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중국의 여자 축구경기에서 3대1로 패배한 이민아가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17.12.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차전 '우중혈투'로 펼쳐진 일본과의 경기에서 시종일관 팽팽한 난타전을 펼친 끝에 2-3으로 패했을 때는 안팎으로 '해볼 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모든 선수들이 기술적-체력적-정신적으로 높은 수준을 선보였고, 특히 작지만 다부진 플레이를 선보이던 이민아는 단순히 '외모'만이 아닌 실력을 겸비한 선수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남은 2경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북한과의 2차전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스코어는 0-1이었으나 내용상으로는 철저하게 밀렸던 완패다. 중국과의 최종전 역시 다르지 않다.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나왔고 경기 초반 그 정신무장으로 대등한 그림을 만들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에서 밀렸다.

북한, 일본, 중국과 함께하는 윤덕여호의 동아시안컵은 분명 일종의 도전이다. 하지만 어느덧 6회다. 나아지는 것 없이 매번 배우기만 하고, 끝난 뒤 반성하고 후회하면서 마무리하는 반복은 의미 없다. 한국의 여자축구 역시 궁극적으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다가가야 한다. 일본, 북한과 어느 정도 대등한 경기를 펼친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한 계단만 올라서면 우리도 다른 레벨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 스스로 느끼고 입으로 전했던 다짐을 자신들이 귀에 담아야할 필요가 있다. 윤덕여 감독은 "아직 우리가 따라잡기에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 아픔을 잊지 말고 내년 여자 아시안컵(4월) 준비해야할 것"이라면서 "나부터 다시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다. 팀을 재정비할 것"이라는 말로 '변화'를 암시했다.

이민아는 "한국 여자축구가 어떻게 노력하고 어떻게 발전해야할 지 깨달은 대회였다. 모두 반성하고 내년 아시안컵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실수도 많았고 실력도 부족했다. 일본전 때 비 때문에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도 다 핑계다. 핑계 없이 받아들이고 더 노력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자신들을 향해 쓴 소리를 던졌다.

베테랑 골키퍼 김정미 역시 ""나부터 우리 모두 느꼈을 것이다. 많이 부족하구나. 이미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더 크게 느껴졌다"고 말한 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시 뛰겠다. 감독님이 어떤 훈련을 시켜도 아무 말 없이 따라가겠다. 힘든 것을 이겨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15일 오후 일본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중국의 여자 축구경기에서 윤덕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7.12.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5일 오후 일본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중국의 여자 축구경기에서 윤덕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7.12.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한국은 2년 전 중국 우한에서 열린 5회 대회에서 2승1패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3전 전패다. 나아지는 듯 하다 다시 뒷걸음질 친 모양새라 더 씁쓸하다. 선수들은 이구동성 "상대는 또 조금씩 더 발전한 것 같다"는 반성을 전했다. 애초 우리가 부족한데 이 악물고 나아가려는 쪽은 상대였으니 예견된 실패였는지 모른다.

선수들의 반성은 반성대로 진행해야하나 그들의 넋두리도 대한축구협회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여자대표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게 어제오늘의 일을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실질적 수정도 요구된다. 이민아는 "다른 나라는 남자들처럼 A매치 기간에 여자대표팀 평가전도 갖는다. 최소한, 우리도 그 정도의 지원은 있었으면 싶다"던 바람은 개선이 필요하다.


lastuncl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