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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결산①] 비바람 몰아쳐도 '할 것 하고' 고비 넘은 신태용호

(도쿄(일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12-17 06:10 송고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4대1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차두리 코치가 셀카를 찍고 있다. 2017.12.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4대1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차두리 코치가 셀카를 찍고 있다. 2017.12.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다시 내리막길 구간인 듯했다. 중국과의 1차전이 2-2 무승부로 끝났을 때, 배의 머리가 아래쪽을 향하고 또 주위에서 선체를 마구 흔드는 모양새가 나왔다. 11월 평가전(콜롬비아 2-1 승, 세르비아 1-1 무)을 통해 어렵사리 바꿔놓은 여론이 또 차갑게 변하는 분위기였다.

2차전에서 북한을 상대로 1-0 신승을 거뒀을 때도 이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었고 그런 와중 승리라는 결과물을 따냈지만 '상대 자책골의 편승'이라는 것만 부각됐다. 감독과 선수들 입장에서는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겠으나 어쨌든 개운치 않았던 것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16일 오후 일본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은 많은 것이 걸려 있었다. 결승전처럼 펼쳐지는 한일전이었다. 패하면 말할 것도 없고, 어설픈 경기 내용만 나와도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는 눈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멋지게 위기에서 탈출했다. '막판 뒤집기'였다.

대표팀은 이날 경기에서 경기 시작 3분 만에 페널티킥으로 선제 실점을 허용했으나 이후 빠르게 전열을 정비했고 이후 흠잡을 데 없는 경기를 펼쳤다. 그 속에서 무려 4골이 터졌다.

상대팀 할리호지치 감독은 "모든 면에서 한국이 일본을 압도했다. 이번 대회에 우리는 주전선수들이 상당히 많이 빠졌는데, 그들이 모두 들어와 있었어도 한국을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극찬을 보냈을 정도다. 어렵사리 위기에서 탈출했다.
북한과의 2차전이 끝나고 일본과의 최종전이 남았을 무렵 만난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회는 분명히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과정'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인정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말씀들 하신다. 그런데 또 경기 하나하나마다 일희일비하시니 답답하다. 과정이라고 말하면서 결과까지 챙겨야하니, 솔직히 나도 방향이 많이 흔들린다"고 고충이 있음을 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 감독은 비바람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해야 할 것들 다 하고서 대회를 마쳤다. 일본으로 데리고 간 거의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고, 그 와중 다양한 전술적 변화도 도모했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추가골을 넣은 염기훈이 동료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7.12.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추가골을 넣은 염기훈이 동료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7.12.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중국과의 1차전에서 신태용 감독은 4-2-3-1 전술을 가동했다. 지난 10월과 11월 평가전에서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투톱' 테스트에 집중했던 신 감독은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김신욱을 정점에 세운 원톱 전술을 실험했다.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특히 전반 19분, 약속된 플레이로 만들어진 두 번째 득점은 의미가 있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주세종이 전방으로 정확한 킥을 찔러준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를 김신욱이 머리로 떨궈놓았고 이재성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다시 골망을 흔들었다. 비록 2실점하면서 경기가 2-2 무승부로 끝나 빛이 발했지만 의미 있는 테스트였다.

북한전은 중국전과 비교해 선발 라인업을 6명을 교체하면서 스리백과 스리톱을 배치하는 3-4-3으로 전환했다. 워낙 빠르고 많이 뛰는 북한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기동력과 활동량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최고참은 1988년생, 29세 고요한이었다. 1994년생으로 23세인 정승현을 비롯해 베스트11 전원이 20대 초중반으로 꾸려진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일이었다. 경험이 다소 부족해 투박함은 있었으나 A매치 데뷔전을 치르던 진성욱이 자책골을 유도하고 미드필더 이창민이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등 나름 의미를 찾아냈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7.12.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7.12.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그리고 한일전. 신 감독은 배에 힘을 줬다. 이번 대회 들어 가장 공격적인 전술을 꼭 이겨야하는 일본과의 경기에 꺼내들었다. 컨디션 난조로 의구심이 들었던 이근호를 김신욱과 함께 투톱에 배치하면서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수비라인 쪽에는 이번 대회서 한 번도 뛴 적 없던 윤영선을 장현수 파트너로 붙이는 과감함도 보였다.

결과는 최상이었다. 경기 초반 집중하지 못하고 실점한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다. 그러나 이후 경기력은 아낌없는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잘한 것은 잘한 거다.

목표로 내걸었던 우승을 달성했다. 그것도 마지막에 부담백배인 일본전을 역전승으로 꺾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러시아로 가야하는 신태용호가 아주 어려운 고비를 넘었다. 비바람을 뚫고, 할 것을 하면서 넘은 고비라 더 반갑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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