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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사각지대 놓인 '유사 동물원'…사육환경 '열악'

야생동물카페·체험동물원,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어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7-12-15 17:53 송고
정형행동을 보이는 야생동물카페 '라쿤'.(사진 어웨어 제공)© News1
정형행동을 보이는 야생동물카페 '라쿤'.(사진 어웨어 제공)© News1


야생동물카페 등 일명 '유사 동물원'에서 관리소홀로 인한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이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ㅇ동물카페'에서 지난달 24일 코아티(긴꼬리미국너구리)가 은여우에게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카페 주인 A씨는 인테리어 작업 중 동물을 각기 다른 철창 안에 넣었지만 은여우가 뛰쳐나와 일어난 불상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어웨어는 o 동물카페가 개업전 공사현장에 라쿤을 방치해둔 증거도 있다며 적절한 사육환경제공 및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어웨어와 녹색당은 야생동물카페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조사에 따르면 성체가 되면 공격성을 보이는 라쿤을 좁은 철장에 무더기로 가둔 채 방치하고 있었다. 소음, 환기, 바닥재, 채광, 은신처 등이 야생동물 생태적 요구에 맞지 않고, 휴식할 시간과 장소없이 사람과 접촉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정형행동을 보였다.    

문제는 현행법에 따라 동물카페 영업을 규제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야생동물 카페는 동물보호법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에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 동물원법은 10종 50개체 이상을 사육하는 곳만 등록대상이다. 라쿤 등 5종 이하를 데리고 영업하는 동물카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동물원법에 적용돼도 법에 동물들의 사육환경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강제할 수도 없다. 야생생물보호법은 국제적 멸종위기종 90종에 대해서만 사육면적 기준이 있고 이외에는 특별한 규제사항이 없어 적용되도 소용이 없다.     

한 동물 분양 전문 인터넷카페에서 '은여우'를 분양 중인 모습.© News1
한 동물 분양 전문 인터넷카페에서 '은여우'를 분양 중인 모습.© News1


그나마 식품위생법에 따라 동물카페에서 동물을 사육하는 공간과 방문객이 음료를 마시는 공간인 영업장은 분리돼야 하는 규정은 있지만 다수의 카페는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 음료 대신 병 음료를 판매해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식이다.

야생동물과 사람의 접촉은 Δ공중보건 및 위생문제 Δ야생으로 질병 전파 또는 야생의 새로운 질병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야생동물을 키우기 위해 밀렵, 밀거래, 밀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야생동물카페가 폐쇄했을 때 동물들을 버리거나 일반인에게 파는 행위로 인한 생태계 교란 가능성도 있다. 15일 한 동물 분양전문 인터넷카페에서 '라쿤' '은여우' 등 야생동물을 검색해보니 수십건의 글이 나왔다. 분양자들은 수십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가격으로 야생동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중에는 동물카페에서 분양하는 경우도 발견됐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공격성 때문에 전시할 수 없는 동물들은 서로 잡아먹어 생지옥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인터넷카페를 통해 재분양된다"며 "일반인이 사고팔고 하다보면 동물복지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교란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유사 동물원들이 동물 10종을 채워서 동물원으로 정식등록해 국제적멸종위기종(CITES)까지 기르겠다는 생각"이라며 "멸종위기종이 아닌 야생동물도 최소한의 복지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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