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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정의 엔딩크레딧①]당신이 귀로만 듣던 '라디오 리포터'의 세계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7-12-27 11:00 송고
 상암 MBC 사옥. 왼쪽부터 이하나, 김민정, 염민주 MBC 라디오 리포터© News1 강고은 에디터
 상암 MBC 사옥. 왼쪽부터 이하나, 김민정, 염민주 MBC 라디오 리포터© News1 강고은 에디터
  
※ 혹시 '엔딩 크레딧'을 유심히 본 적이 있나요. 흔히 드라마, 영화, 예능의 얼굴은 배우나 MC라고 합니다. 엔딩 크레딧 중 굵은 글씨의 주인공들이 지난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린 무수히 많은 이들의 이름이 있습니다. '스태프'라는 이름에 가려진 이들의 진가. [윤효정의 엔딩크레딧]은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영상의 시대에도 라디오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청취자와 호흡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의 소리를 발 빠르게 전달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
라디오의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리포터의 영역은 라디오가 소리로 전달할 수 있는 모든 분야와 일치한다. 사건이 있는 곳, 사고가 일어난 곳, 사람이 있는 곳에서 피어나는 모든 소리를 담는다. 철거민들이 용역과 대치한 현장, 서울역 앞 노숙자들이 있는 곳, 정재계 유력인사들이 있는 곳, 일터로 향하는 시민들의 출근길 풍경이 펼쳐진 빌딩숲. 어디에나 라디오 리포터들이 있었다. 두 손에 마이크와 녹음기를 들고. 

MBC 라디오 리포터 3인방 김민정(40), 이하나(32), 염민주(28) 리포터를 만났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 막내 염민주 리포터의 손에는 마이크와 녹음기가 들려 있었다. 낯선 사진 촬영에 ‘꺄르르’ 웃음이 터진 것도 잠시, 라디오 부스에 들어가자 낯익은 장비와 공간을 매만지며 나누는 대화에는 애정이 뚝뚝 묵어 나온다. 라디오와 함께, 그리고 청취자와 함께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이들과의 유쾌한 대화다.
상암 MBC 사옥. 왼쪽부터 이하나 김민정 염민주 MBC 라디오 리포터© News1 강고은 에디터
상암 MBC 사옥. 왼쪽부터 이하나 김민정 염민주 MBC 라디오 리포터© News1 강고은 에디터


Q. 라디오 리포터와의 만남은 처음입니다.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릴게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리포터가 됐는지, 현재 어느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이하나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어요. 방송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어떤 일들이 있는지 찾다가 리포터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라디오라는 매체도 매력적이었지만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다는 것이 좋아서 도전했어요. 운이 좋았죠. MBC에 들어와서 7년 째 리포터로 일하고 있어요.”

염민주 “저도 신문방송학과를 나와서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좋아서 처음에는 아나운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매체 중에서는 라디오에 대한 애정이 컸어요. 학생 때 라디오 리포터 활동을 하기도 했고 점점 더 라디오의 매력을 느꼈어요. MBC 리포터에 도전해 3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Q. 매년 리포터 채용이 이뤄지나요?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MBC의 경우에는 2년에 1~2명 정도 채용합니다. 많으면 3명? 채용할 때마다 5~600명 정도 지원하죠.”

Q. 김민정 리포터는 가장 오랜 경력을 가지고 계시죠.

김민정 “요즘 라디오를 듣는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별이 빛나는 밤에’ DJ가 이문세, 이휘재인 시절도 있었죠. (웃음) 그때부터 라디오를 들으면서 음악과 목소리를 듣는 것을 참 좋아한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제 전공은 미생물학과입니다.

이하나 염민주 "선배 전공이 미생물학과라니, 전혀 몰랐어요!"

김민정 "방송동아리 활동을 했고 부산에서 라디오 리포터로 일을 시작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멋 모르고 빠져들었죠. 라디오라는 매체가 많은 이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감성적이지 않나요. 그런 매력들이 좋아서 막연히 라디오 DJ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다가 자연스럽게 리포터의 길로 왔어요. 2001년에 MBC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하나 “저희가 라디오 리포터가 될 때 김민정 선배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취재의 신’이라는 이야기를. (웃음) ‘60초 풍경’처럼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리포팅 일화들은 후배들이 꼭 공부하는 코스였죠. 지금 리포터들이 하는 여러 코너들의 포문을 김민정 선배가 열었죠.”
 상암 MBC 사옥.  염민주 MBC 라디오 리포터© News1 강고은 에디터
 상암 MBC 사옥.  염민주 MBC 라디오 리포터© News1 강고은 에디터

Q. 듣다 보니 라디오 리포터들의 현장은 굉장히 다양하네요. 
   
이하나 “취재 현장 리포팅, 인터뷰도 있고 지금 세상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현안, 이슈를 담는 코너도 있고 휴머니즘이 있는 라디오 다큐멘터리, 예능 성향이 강한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나가고요.”

염민주 “TV는 시사, 교양, 예능 다양하게 있는데 라디오에서는 리포터들이 그 분야들을 다 하는 것 같아요.”

김민정 “라디오 리포터가 일하는 모습은 PD, 코너 진행자, 작가, 기자, 편집자의 역할을 다 하고 있어요. 멀티 플레이어죠. 

Q. 리포트가 나오는 과정이 궁금한데요.

이하나 “라디오 PD와 회의를 하면서 ‘이 현장을 전달해야 한다’ ‘이런 취재가 필요하다’는 대화를 나눈 후, 어떻게 담아야 할지 기획을 합니다. 사전 자료조사를 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현장에 가서 현장의 소리를 담죠. 예를 들면 수요집회에 가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담고, 집회 분위기,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녹음하죠. 그리고 돌아와서 소리를 편집하고 원고를 구성해요. 완성본을 가지고 라디오에 출연하는 거죠.”

김민정 “현장의 소리를 담는 것이 라디오에 생명력을 부여한다고 생각해요. 짧은 몇 분의 코너이지만 현장감이 살아 있으니 생동감이 돌거든요. 5분, 7분의 코너이지만 리포터는 이 코너의 PD, 작가, 기자, 리포터가 되는 거죠. 그 코너만큼은 리포터가 책임지고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Q. 일상을 라디오와 함께 하는 분들에게는 57분 교통정보가 하나의 생활 패턴이 되지 않나요. 이것 역시 리포터의 업무 중 하나인데요.

김민정 “57분 교통정보, 기상정보도 리포터가 전달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공부를 한 다음에 할 수 있는 업무예요. 교통상황에서 중요한 지역이나 교통량, 길도 잘 알아야 하고 용어 공부도 많이 해야 하죠.     

상암 MBC 사옥. 왼쪽부터 이하나 김민정 염민주 MBC 라디오 리포터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상암 MBC 사옥. 왼쪽부터 이하나 김민정 염민주 MBC 라디오 리포터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Q. 염민주 리포터는 ‘굿모닝 FM’에서 자전거를 타고 라디오 생방송이 진행 중인 잠실까지 갔던 것이 화제가 됐어요.

염민주 “벚꽃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현장을 전달하다가 갑작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스튜디오까지 가게 됐죠. 청취자, DJ와의 약속이니까 정말 열심히 갔던 기억이 납니다. 생방송 끝나기 2분 전에 도착했어요.”

“리포터는 DJ가 갈 수 없는 현장에 대신 나가서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청취자와의 연결을 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DJ는 방송국 스튜디오에 있어도 저는 강남역에 나가서 현장의 소리와 풍경을 전달하는 거죠.”

Q. 라디오 리포터가 된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요. 예를 들면 몸에 밴 습관이나 직업병, 성향 등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김민정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졌어요 .일을 할 때, 하지 않을 때도 사람에 관심을 가져요. 아이들 축구교실에 가서도 학부모들이 아이는 어떻게 키우는지,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무엇이 화제인지 궁금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게 되더라고요.”
상암 MBC 사옥. 이하나 MBC 라디오 리포터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상암 MBC 사옥. 이하나 MBC 라디오 리포터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이하나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못 거는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엄청 말을 잘 걸어요. (웃음) 많은 리포터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소개팅을 하면 거의 인터뷰처럼 되곤 해요. 일단 리액션이 엄청 좋고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잖아요. 또 여러 가지 이슈를 잘 알고 있으니 대화가 굉장히 잘 이어져요.”

Q. 소개팅 성공확률이 높아졌을 것 같은데요.

이하나 “(상대방에게서) 연락이 오는 확률은 높다고 하더라고요. 꼭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웃음)”

Q. 또 소리에도 굉장히 민감해졌을 것 같아요.

김민정 “출근길 소리와 퇴근길 소리가 다르다는 것 아세요? 아침과 저녁의 소리가 다르고요. 소리만 들어도 눈앞에 풍경이 펼쳐지도록 생생하게 담아내는 것 역시 리포터의 몫이에요.”

염민주 “‘또 오해영’이라는 드라마에서 (음향감독 직업을 가진) 에릭이 바다 소리 영상을 듣더니 ‘동해바다 소리가 필요한데 서해바다 소리를 담아왔다’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너무 공감이 되더라고요. 아침의 도로와 밤의 도로, 지역에 따른 바다 소리, 공원의 소음 등 소리 역시 너무나 다릅니다.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죠.”

[윤효정의 엔딩크레딧②]로 이어집니다.


i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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