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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급락에 '살해위협' 당한 고교생…왜?

뿔난 투자자들 "사기당했다" 주장…'청부살인' 협박도
전문가 "명확한 인과관계 없어…분풀이 멈춰야"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김세현 기자 | 2017-12-12 06:00 송고 | 2017-12-12 09:06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비트코인'(Bitcoin)이 최근 급등락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투자자들 사이 욕설과 협박이 난무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급락사태가 한 고교생의 '사기극'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살해위협까지 하는 상황이다.
11일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보복하겠다' '죽이러 가겠다' 등 욕설 글이 수백개 쏟아졌다. 모두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을 지목하는 내용이었다.

사건은 비트코인 시세가 폭락 중이던 10일 시작됐다. 비트코인의 파생화폐로 알려진 '비트코인 플래티넘' 공식 트위터계정에 '사실 스캠(속임수)코인 맞다' '500만원 벌려고 그랬어요' '그러게 누가 비트코인 사랬냐' 등 황당한 글이 올라온 것이다. 당초 비트코인 플래티넘은 하드포크(원본화폐에서 분리)를 통해 이번 주중 출범할 예정이었다.

시세 급락에도 비트코인 플래티넘을 바라봤던 투자자들은 '모든 것이 사기극이었다'며 격분했다. 신상털기 작업을 통해 해당 트윗을 작성한 사람이 A군이란 사실도 금방 밝혀졌다.  

현재 투자자들 분노는 A군을 향한 욕설과 협박, 심지어는 범죄계획으로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일부 네티즌은 '대출받은 돈까지 넣었는데, 진심으로 (A군을) 만나러 가겠다' '이 정도면 (살인) 청부업자 고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굣길에 두고 보자'며 격양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실제로 몇몇 네티즌은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를 찾아왔다'는 인증글을 올리기도 했다.

네티즌들이 A군 SNS계정에 남긴 욕설 댓글. © News1
네티즌들이 A군 SNS계정에 남긴 욕설 댓글. © News1

이같은 협박성 게시글과 메시지 탓에 결국 이날 A군은 등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12일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평소처럼 학교를 찾은 날이었다.

이 학교 재학생 이모군(18)은 "친구한테 우리 학교가 비트코인 조작사건에 연루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그 애(A군이) 완전 유명인사가 됐다"고 말했다.

A군과 중학교 때부터 친구라는 김모군(16)은 A군에 대해 "똑똑하고 조용한 친구"라며 "전날(10일) 통화했을 때 (이번 사태에 대해) 굉장히 억울해했다"고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의 거친 반응과는 달리, 비트코인 급락사태와 A군의 행동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정부규제 등 요인으로 시세가 급락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손실에 대한 책임을 파생화폐에 물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시세 급변과 비트코인 플래티넘 간에) 특별한 관계는 없어 보인다"며 "그보다는 정부에서 '규제를 세게 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시장을 빠져나가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인 교수는 "예전에는 '하드포크 한다'면 굉장한 급등락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미 비트코인 캐시나 비트코인 골드 등 비슷한 사례를 겪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큰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올해 1월부터 가상화폐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정모씨(27)는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화풀이 대상이 필요해 (A군에게) 욕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하드포크한다는 트위터 글만 보고 투자한 사람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 측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저희 프로젝트는 현재 미화 1만불의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사기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어 "계정관리와 홍보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겠다"며 "하드포크는 예정 일자로 정상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이처럼 인터넷 공간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분풀이식'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트코인과 관련한 거품은 사실 모두가 아는 중론이었다"며 "한 사람이 움직였다고 해서 증거도, 인과관계도 없이 일부 사람들이 (분풀이식) 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우려했다.

(자료사진) © News1 오대일 기자
(자료사진) © News1 오대일 기자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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