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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정적' 독립운동가 최능진 유족에 9억 배상 판결

이승만 대통령 당선 반대활동…한국전쟁 때 총살
법원 "이승만과 대립한 정치활동이 사형에 영향"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7-12-11 05: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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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승만 정권의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총살된 독립운동가 고(故) 최능진씨(1899~1951년)의 유족에게 국가가 9억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7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최씨의 아들 등 유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2009년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51년 당시 헌법에 근거가 없는 군법회의에서 최씨의 활동을 왜곡해 사형을 선고하는 등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기에 진실규명을 하라고 결정했다.

유족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당시 최씨의 진술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최씨의 아들과 손자·손녀 등은 국가를 상대로 총 4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난 5월 1심은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와 생명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로 인해 최씨와 유족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것이 명백해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족들은 재판 과정이나 최씨의 사후에도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등 각종 불이익을 입었다"며 "국가는 이들의 명예·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장기간 세월이 흘렀다"고 밝혔다.

1심은 최씨 본인과 유족에 대한 위자료로 총 7억5000만원을, 항소심은 이보다 2억원이 높은 총 9억5000만원을 위자료로 인정했다. 이 중 지난해 사망한 최씨의 막내아들 한 명의 몫(5000만원)을 제외한 9억원을 최씨의 장남 고(故) 최필립씨(전 정수장학회 이사장) 유가족과 최만립씨 등 아들·딸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최씨의 사형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대립한 정치활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한 건 불법의 정도와 결과가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항소심 판결 이후 정부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1899년 출생한 최씨는 도산 안창호가 이끄는 흥사단에 가입해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 이후에는 경무부 수사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경찰 내부의 친일파 숙청을 요구하다가 주변과 갈등을 빚고 퇴직했다.

1948년 5월10일 국회의원 총선거에선 이승만 후보의 무투표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같은 선거구에 후보등록을 했다가 이 후보 측의 방해로 선거 이틀 전 후보등록이 취소됐다. 이후 서재필씨를 대통령에 추대해 초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승만 대통령의 눈 밖에 났고 정부 수립 직후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 서울이 북한군에 점령됐을 당시 서울에 남은 최씨는 '전쟁을 중지하고 민족·공산진영의 대표를 국제연합에 보내 해결하자'고 주장했지만 김일성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후 서울이 국군에 수복되자 '공산당 부역자'로 몰린 그는 국방경비법 위반(이적죄) 혐의로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1951년 2월 총살됐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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