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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한샘 성폭행사건 피해자, 사건후 꽃뱀 누명쓴 사연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7-12-10 17:10 송고 | 2017-12-11 09:51 최종수정
© News1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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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은 왜 어이없게 '꽃뱀' 소문에 시달렸을까.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일명 '한샘 성폭행 사건'과 다른 회사의 회식 자리에서 일어난 성희롱 사건을 다루며 사내에서 발생한 성범죄의 특수성에 대해 분석했다.

지난 10월 29일, 한 포털사이트에 사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자의 글이 올라왔다. 4개월간 세 번에 걸쳐 직장 동료와 상사에 의한 성폭력을 겪었다는 그의 글은 단시간에 이슈가 되었다. 글을 쓴 여성 김지영(가명)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만나 단지 진실을 밝히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가 전공인 김씨에게 '한샘'이라는 기업은 꿈에 그리던 직장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식 출근의 기회를 잡은 그녀는 당시 교육받던 동기들과는 떨어져 홀로 본사에 발령 받게 되었다. 그에게 힘이 돼주었던 이는 바로 교육담당자 강계장이였다.

김씨는 교육을 받을 당시 강계장이 성희롱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후로도 자신을 챙겨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고 술을 한잔 사겠다고 제안해 만났다. 함께 술을 마신 그날 새벽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강계장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으며 "성범죄와 관련해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이라 나에게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계장은 모텔에 간 것부터 자신의 독단적인 행동이 아니라 주장한다. 그는 평소 호감이었다는 의사를 전했고 같이 대화를 나누면서 모텔로 이동했다는 것. 모텔에서도 자연스럽게 관계를 가진 것일 뿐 강제성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처음 경험한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김씨는 이틀이 지난 뒤 경찰에 신고를 했고, 회사 법무팀에도 이 사실이 알려졌다. 일주일 뒤, 교육담당자 강계장은 해고처리가 됐다. 그런데 다음날 인사팀장이 사건 관련해 할 말이 있다며 만남을 요청했다.

김씨는 "인사팀장이 강계장의 처벌을 계속 고집하면 저를 무고로 맞고소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회사는 두 사람 다 해고하는 건 물론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 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었던 김씨는 결국 인사팀장의 진술번복요구와 교육담당자의 고소취하요구를 들어주고 말았다. 그러나 두 달 뒤 이 사건을 수습했던 인사팀장으로부터 다시 한 번 성폭력을 당할 뻔했다.

4개월 동안 세 차례나 직장 내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됐지만, 회사는 외부로 알려질 것을 우려해 두 달간의 휴직을 권고했다. 그리고 김씨가 회사를 휴직한 두 달 동안 이상한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들이 '꽃뱀'인 김씨에게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복직을 앞두고 김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려 세상에 알렸다. 해당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이어질 만큼 사회적 공분을 샀지만 교육담당자 강계장이 김씨와 주고 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면서부터 과연 김씨가 당한 일이 성폭행인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었다.

강계장이 공개한 메시지 내역에는 성폭행 사건 직후 '아직 방에 있다' '지금 나간다' '아프다' 등의 일상적인 내용이 담겨 있던 것. 김씨는 이 메시지에 대해 "당장 얼굴을 봐야 돼서 답장을 한거다. 소문이 날까봐 무서웠다"고 설명했다.

심리학 전문가인 김태경 교수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문답을 했다. 하지만 사건 직후에 주고받은 건 초반에는 제대로 된 답은 안 한다. '아침에 왜 나 억지로 보냈어?'라고 말하니 '00역으로 가야겠다'며 여자는 계속 동문서답을 한다. 사귀기로 한 두 연인이 첫 성관계를 하고 다음날 나눈 그런 훈훈한 메시지로 보기는 명백히 어렵다. 그게 여자가 둘 간의 성관계를 합의했다라고 추측게 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나영 교수는 "사람들은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적대적 관계이기를 원한다. 가해자는 뿔 달린 괴물이고 피해자는 아주 순수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그 이분법적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각한 성폭력 범죄일수록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라고 하는 상이 있다. 순결한 여성이자 피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죽을 만큼 대응해야 하는 여성이 (피해자)라고 보는 거다"고 덧붙였다.


i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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