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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韓 조세회피처' 1월에 통보…국정공백에 대응 미흡했나

대통령 탄핵·대선 등 어수선
정부 "EU 무리한 요구 응할 수 없었다"

(세종=뉴스1) 이훈철 기자 | 2017-12-07 12:41 송고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를 조세분야 '비협조적 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으로 지정하는 사태가 벌어진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EU가 최종 리스트 작성 전 지난 1월 우리 측에 개선요구사항을 전달했으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국정공백 및 정권교체기 등에 따른 혼란이 연출되면서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지난 5일(현지시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17개국이 포함된 조세분야 비협조적 국가 명단을 발표했다.

이른바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이번 명단에는 마카오·마샬군도·파나마·트리니다드토바고·아랍에미리트 등 17개 지역 및 나라가 이름을 올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EU는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외투지역 등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제도가 유해조세제도에 해당한다고 봤다. 
명단이 공개되자 정부는 "평가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조세제도를 설명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며 "절차적 적정성이 결여됐다"고 강력 반발했다.

우리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인데, 하지만 EU의 설명을 보면 명단 발표 1년여 전 정부도 이 같은 블랙리스트에 우리나라가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EU 조세분야 '비협조적 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 명단.© News1
EU 조세분야 '비협조적 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 명단.© News1

EU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이 명단은 지난해 5월 EU의 각국 재무장관들이 동의하면서 작성이 시작됐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9월 세무전문가로 구성된 기구를 운영하며 1600개 이상의 지표를 통해 전세계 213개국을 사전 평가했다.

지난해 12월~올 1월에는 213개국의 조세체계를 심층 평가한 뒤 이 가운데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조세제도를 운영 중인 것으로 자체 판단한 92개국을 선별해 72개국에 개선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 EU로부터 외국인투자지역 법인세 감면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2018년까지 폐지할 것을 요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1개월 전 우리나라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최종 명단에 우리나라가 이름을 올리는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OECD에서 이미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지원제도를 유해하지 않다고 평가한 점 등을 들어 EU의 이번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더더욱 외교력을 총동원해 대외신인도 훼손 등이 우려되는 이 같은 사태를 막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올해 초 대통령 탄핵에 따른 국정공백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이후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대통령의 업무가 정지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정을 운영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가 5월로 앞당겨지면서 지난 1월 이후에는 경제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재부와 외교부 등 유관부처가 적극적인 정책공조를 펼쳤는지도 알 수 없다. 정부는 명단이 발표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기재부 담당 국장을 EU에 급파해 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당시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EU의 무리한 요구에 응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EU가 우리의 외투지역 세금 감면을 문제 삼았는데 문제가 있다면 뭐가 문제인지 토론을 통해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할 게 있는지를 살펴야할 일이지, 국제적으로 유해하지 않다고 한 우리 제도에 대해 폐지를 전제로 뭘 약속한다는 것은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 행동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명단에 선진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만 포함되면서 명단 선정 자체에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EU는 48개 선진국을 검증단계에서 제외했으며, 28개 EU 회원국도 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boaz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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