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헬문학' 시대에 희망은 있는가"…문단권력 '저격수'들 책 출간

조영일 '직업으로서의 문학' 등 펴내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12-07 16:15 송고 | 2017-12-09 11:18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한국문학계는 하체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허약하기 그지없는데, 머리만 비대하게 커서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같은 뻐꾸기만 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직업으로서의 문학' 중에서)
"한국문학 독자의 감소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득세와 실용서 위주로 재편된 독서시장 때문도 있지만, 주도적으로 문제를 타결해나갈 한국문학 자체의 동력 상실도 무시할 수 없다. 한마디로 한국문학은 현재 총체적 난국이다."(엘리트문학의 종언시대' 중에서)

2015년 문단은 물론 전 사회를 강타한 '신경숙 표절 사태'는 '문단(문학) 권력'이라는 감춰진 구조와 힘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사건이었다. 김명인, 권성우, 오길영, 이명원, 오창은, 정문순, 조영일, 최강민 등의 평론가들이 당시 문단권력을 비판하는 일선에 섰으며 이들의 글과 입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을 타고 퍼져나갔다.

문단권력 '저격수'들 중에서 가장 과격한 인물로 평가받는 두 문학평론가가 한 달 간격으로 책을 출간했다. 최근 문학에세이집 '직업으로서의 문학'(도서출판b)을 펴낸 조영일과 앞서 평론집 '엘리트문학의 종언시대'(문화다북스)를 출간한 최강민 평론가다. 

2015년 '문단권력' 논쟁은 매우 큰 파괴력을 보여줬지만 사실상 내용적으로는 2000년대 초반 문단 내에 있었던 논쟁의 '재탕'이었다고 문학계는 말하고 있다. 이는 모순을 지적받고도 10여년간 문단권력이 변함없이 작동을 계속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대중은 몰랐지만 그 세월 동안, 그리고 현재까지도 문단권력 비판자들은 칼날이 무뎌지지 않은 채 비판을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원래 제도권 바깥에 있기를 두려워 않는 것이 문단권력 비판자들의 특징이지만 조영일·최강민의 글은 더욱 가차없고 비판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단의 배척에도 생존할 수 있게 다행히 강단에 자리 잡게된 다른 문단권력 비판자들과 달리 출판과 문화분야에서 '안전판' 없이 활동하면서 모순을 실감하는 이들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게 문학계의 짐작이다.

이들이 바라보는 한국문학의 현재와 미래는 매우 어둡다. 조영일은 '문학진흥법'을 제정해 국가의 힘으로 문학을 진흥시켜보려는 시도에 대해 비관적이고 상업성이 곧 '문학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어 팔리지 않는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자존감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현실을 개탄한다. 문학이 안팔리거나 영향력이 사라진 측면 보다는 문학인들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을 상실했다는 측면에서 지금 이 시대가 '헬문학의 시대'라고 말한다.

최강민은 '2000년대 들어 한국문학은 급격하게 침몰했다'고 진단하면서 그 바탕에는 '문학평론가의 연이은 자살골'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주례사 비평'을 남발하는 '좀비'평론가들, 대학에 적을 둔 문학평론가들이 평론을 중단하고 논문쓰기로 돌아서게 만든 한국연구재단의 평가 시스템은 두 평론가 모두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10여년간 비판의 길을 걸어온 이들은 '지쳤다'고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최근의 도서정가제, 문단 성폭력 고발사태까지 한국문학의 이모저모를 속시원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평론가들 답게 이들의 해결책은 다시 평론으로 돌아온다. '대중의 언어로 평론을 쓰지 못한다면 평론의 현재와 미래는 없다' '비평의 길이란 (…) 현재에 갇혀서도 안되지만 무리에 갇혀서도 안된다. 언제나 떠나야 하고, 혼자서 떠나야 한다'면서 마지막까지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고 있다.   


ungaunga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