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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야, 잊지않을게"…너무 이른 19살의 영결식

현장실습 중 숨진 이민호군 영결식 모교서 눈물속에 치러져
교육감·도지사 등 참석자들 "사고 재발 방지·제도 개선" 다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2017-12-06 11:11 송고 | 2017-12-06 11:36 최종수정
6일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故 이민호군의 영결식에서 이군의 형과 학생들이 관을 운구하고 있다.이군은 지난 11월19일 제주시 구좌읍 제이크리에이션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도중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2017.12.6/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6일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故 이민호군의 영결식에서 이군의 형과 학생들이 관을 운구하고 있다.이군은 지난 11월19일 제주시 구좌읍 제이크리에이션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도중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2017.12.6/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민호야 너에게 하고픈 말, 너에게 하고픈 약속들이 너무 많은데… 너와 함께한 날들과 웃는 얼굴을 영원히 기억할게."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강진호군이 너무 일찍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 민호를 기리며 고별사를 힘겹게 읽어내려갔다.

강군은 "민호와 게임하며 행복하던 날이 어제 같은 데 오늘은 너는 저 자리에 나는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슬퍼했다.

이어 "더이상 슬프지 않고 차갑지 않은 세상에서 볼 날을 기약하면서 사랑하는 친구 민호야 잘가거라.사랑하고 기억하겠다"고 친구를 떠나보냈다.

이민호군이 현장실습 중 사고를 당해 지난달 19일 숨진 뒤 18일만인 6일 오전. 이군의 모교인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영결식이 교육청장으로 치러졌다.

사고가 없었다면 가방을 메고 친구들과 어제 했던 게임 얘기로 웃고 떠들며 등교했을 아침.

이날 이군은 차가운 관속에 누운 채 운구차에 실려 학교 정문에 들어섰다.

이군의 친구와 선후배 수십명은 길 양쪽에서 학교에 들어오는 운구차를 향해 고개를 숙여 애도를 표했다.

운구차가 영결식이 열리는 학교 체육관에 도착하자 맨앞에는 이군의 친형이 동생의 영정 사진을 들고 뒤로는 이군 친구들이 관을 운구했다.

영결식에는 이석문 교육감,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장례위원들과 학교 선생님과 친구, 선후배, 시민단체 등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6일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故 이민호군의 영결식에서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이군은 지난 11월19일 제주시 구좌읍 제이크리에이션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도중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2017.12.6/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6일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故 이민호군의 영결식에서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이군은 지난 11월19일 제주시 구좌읍 제이크리에이션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도중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2017.12.6/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참석자들은 스무살 꽃도 피우지 못하고 너무 일찍 억울하게 세상을 등진 이군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했다.

효심이 지극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영결식 내내 눈물을 흘리며 믿기지 않는 현실을 비통해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조사에서 "어른들의 왜곡된 욕망과 이기심이 꽃다운 삶을 저물게 했다"며 "피와 눈물도 없는 육중한 쇳덩이에 짓눌려 고통을 호소했을 때조차 어른들은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원희룡 지사는 추모사를 통해 "민호군의 희생은 안전한 교육환경을 새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만이 고인을 그나마 편안하게 보내는 길이다. 남아있는 우리들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여선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열심히 일하는 학생에게 회사도, 학교도, 정부도 아무 관심이 없었다"며 "그저 참으면 된다고만 했다. 우리는 너무 안일했고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 이군을 죽음으로 몰고 간 현장실습을 원점에서 다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영결식이 끝난 뒤 이군이 학교생활을 보냈던 3학년 1반 교실을 둘러보았다.

이군의 시신은 제주시 양지공원에서 화장돼 자연장지인 한울누리공원에 안장된다.

이군은 지난 9일 오후 1시50분쯤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음료제조업체 제이크리에이션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뒤 지난 19일 끝내 숨을 거뒀다.

이군의 안타까운 사고 뒤 해당 기업과 교육당국의 실습생 관리,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기업 대표 등 관계자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하고 있고 유족과 시민단체가 검찰에 이들을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경찰과 별개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7일부터 해당 기업의 특별근로감독에 돌입했다.


k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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