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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하다, 이혼소송하다'…여성폭력, 저지선이 없다

SNS 해시태그 운동 확산…"가정·데이트 폭력 엄벌"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17-11-30 06:05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빌라에서 한 여성이 이혼소송 조정 중이던 남편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해당 사건을 공론화하고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에 강력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배우자나 연인 등 가장 가까운 관계였던 남성에게 폭행당하거나 심지어 살해당하는 여성의 수가 적지 않은 만큼, 수사기관 등 관계당국에서 더이상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을 사적인 사안으로 치부하며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와 피해자측에 따르면 피의자 A씨(25)는 26일 오후 6시15분쯤 합의이혼 조정 중인 부인 B씨(22)가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의 한 빌라로 찾아가 흉기로 A씨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별거 중인 B씨가 살던 집은 A씨의 거주지와 2~3시간 가량 떨어져 있었으나, A씨는 흉기를 준비하고 먼 거리를 찾아가 "이야기를 하자"며 B씨를 불러낸 뒤 살해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범행 전부터 이미 가정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법원이 A씨를 구속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자 트위터 등 SNS상에서는 '#강남_이혼소송남_살인사건'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최초로 해당 사건의 공론화를 요청한 피해자 지인의 트윗은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 3만2000여회 이상 리트윗(재공유)됐다.

피해자 유족과 친지 등이 해당 사건의 공론화를 통해 피의자를 엄벌할 것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참여자는 더욱 늘어났다. 이용자들은 과거 재판에 넘겨진 가정폭력·데이트폭력 가해자들에 대해 법원이 동기의 우발성과 음주 및 초범 여부 등을 감형 사유로 적용했다는 점을 문제삼으며 당국의 철저한 수사 및 엄벌 의지를 촉구했다.

한 이용자는 "여자의 목숨값은 법정에서 정해 준다. 대체로 최대 15~20년형이다"라며 "여성이 남성을 죽이면 종신형을 살지만, 남성이 여성을 죽이면 우발적 범행이라, 술을 마셔서, 마음에 상처가 있어서, 미래가 있어서 감형에 감형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이용자는 "(여성은) 데이트폭력을 당하다 죽고, 헤어지자고 해도 죽고, 가정폭력을 당하다가 죽고, 참고 살다가 죽고, 이혼하려다 죽고, 애초에 사귀기 싫다고 해도 죽는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실제로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70%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청이 2016년 2월 발족한 '연인간 폭력TF' 활동현황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범죄 피해자의 75% 이상이 여성이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이후 가정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가정폭력 피해자 4만816명 중 여성은 3만1463명, 남성은 5329명이었다. 2016년의 경우 각각 3만3919명·6512명, 2017년 7월까지는 1만5570명·3043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정폭력 검거 인원의 대부분이 불구속에 그치는 상황이다. 2015년 이후 발생한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10만7335건, 검거 인원은 12만5668명에 달하는 반면 구속까지 이르는 경우는 전체의 약 1%인 1327명에 불과했다.

피해자의 지인 C씨는 "피의자가 최고 15년형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여러 번의 학습으로 형량은 줄고 또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게 됐다"며 "가정폭력 살해범이 죗값을 충분히, 무겁게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국가가 알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m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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