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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街, '알맹이' 빠진 PB납품 불공정거래 자정안 제시

구체적 내용 안담겨…이미 시행 중인 규제 중복 지적도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2017-11-29 16:03 송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유통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7.1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국내 유통업체들이 자체브랜드(PB)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납품업체들의 고충을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정안이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하지 않은데다가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이미 규제받고 있는 것을 강조한 수준에 그쳐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제품 비중 70% 유지·자금지원"…구조 개선 방안 '無'

29일 관련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형마트, 백화점, TV홈쇼핑, 온라인쇼핑몰, 편의점, 면세점 등 6개 유통분야 사업자단체 대표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상생협력방안'을 발표했다.

이들의 발표 내용 중 '납품업체·골목상권과의 상생협력 방안' 부문에는 '납품업체의 기존 브랜드 제품을 PB상품으로 전환하여 납품단가를 낮추고 고유브랜드 성장기회를 제한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납품업체의 기존 브랜드 제품을 PB로 전환해서 납품 단가를 낮추는 행위는 주로 대형마트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현재 국내 대형마트 PB는 대형마트에서 중소 가공식품 브랜드에 PB납품을 요구하면 업체는 이를 거절하기 힘든 구조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저렴한 값에 위탁생산(OEM)하면서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고 납품가격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명 '가격 후려치기'가 성행하고 있지만 이를 근절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보니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배만 불려주고 중소 제조업체의 상황은 악화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PB시장 성장으로 유통업체 이익은 늘어난 반면 제조업체 이익은 줄어들었다는 분석을 제시한 상태다. 개선이 시급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자정안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

PB전문점의 의 중소기업 제품 비중 70%이상 유지하면서 무이자대출, 동반성장펀드 운영 등을 도입하겠다는 부수적인 내용만 담고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담겨있지 않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수·위탁거래의 불공정행위 조사 대상에 처음으로 대형마트와 PB상품의 납품거래를 포함하기로 한 상황이어서 어차피 시행해야할 내용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규제돼 있는데 자정안 포함?"…구색 맞추기 '의구심'

유통업체들이 제시한 '거래관행 개선방안' 부문에는 '입점 심사·협의 과정에서 납품업자에게 과다한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를 근절하도록 입점프로세스 개선'이라는 안도 포함돼 있다.

납품업체 입장에서 민감할 수 있는 경영 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이미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번 자구안에는 거의 비슷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상 부당한 경영정보 제공요구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다시한번 강조한 수준이다. 개정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실효성 있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서도 PB 납품업체가 경험한 불공정행위 중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가장 빈번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정보 접근·제공 요구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거래 실태를 조사할 때 유통업체가 PB 제조업체를 상대로 경영정보 제공 요구 금지조항을 어기지 않았는지 살펴보는 수준의 대안만 마련돼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규모유통업법상 부당한 경영정보 제공요구를 금지하고 있고 각 업체들도 이를 준수하고 있는 상황인데 자구안에 포함된 내용은 한 번 더 강조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j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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