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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빚 굴레'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법으로 정한다

"매각-소멸시효 연장-추심 고통 악순환 고리 끊겠다"
영세업자 매입채권 추심 진출 차단…자본요건 10억원으로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2017-11-29 14:46 송고 | 2017-11-29 15:33 최종수정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7.11.2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7.11.2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내년 1월부터 기초 수급자, 중증 장애인, 70세 이상 노령자 등 취약계층의 빚은 소멸시효를 늘리지 못하게 제한한다. 법을 개정해서 소멸시효가 끝난 빚은 소각하도록 할 계획이다.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지만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를 소멸하는 민법상 제도다. 일반 채권 소멸시효는 10년, 상사채권 소멸시효는 5년이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돈을 받아내기 위한 행위(권리 행사)를 하지 않고 지켜보다가 소멸시효가 지나면 채무가 법적으로 사라진다. 돈을 안 갚아도 된다는 뜻이다.

가난한 사람이 돈이 급해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면 이 부실 채권(제때 회수하지 못한 원금과 이자)을 대부업자(매입채권 추심업자)가 사들인다. 해당 빚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 대부업자는 당사자를 독촉(추심)한다. 어느 정도 돈을 회수하면 부실 채권을 또 다른 업체에 넘긴다. 이 부실 채권 재매각 과정에서 교묘하게 소멸시효를 늘리는 게 관행이다.

빚에 대해서 권리 행사를 안하던 금융회사가 법원을 통해 지급 명령을 보내거나 소송을 하면 소멸시효가 늘어난다. 소멸시효가 임박했거나 이미 완성된 때에 채무자가 빚을 일부 갚으면 채권이 다시 부활한다. 소멸시효에 대해 채무자가 잘 모르는 점을 악용해서 "일부를 갚으면 원금을 대폭 깎아주겠다"고 유혹해서 죽은 채권을 부활하는 편법적 관행이다. '매각-재매각-소멸시효 연장-추심 고통'이라는 악순환 고리다.

정부는 29일 장기소액 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대부업자와 부실채권 추심·매각 규율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우선 내년 1월부터 취약계층의 소멸시효 연장을 원칙적으로 하지 않도록 제한한다. 업권별 자율 규제를 통해 소멸시효 연장 관행 개선을 유도한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죽은 채권(소멸시효 완성 채권) 매각·추심을 차단하고 바로 소각하도록 법으로 정한다. 지금은 행정지도인 가이드라인으로 규율하다 보니 강제성이 없다. 대출채권 매각 절차를 규제하는 법안도 함께 추진한다. 채권추심법 등 개정은 내년 상반기 중 마친다는 목표다. 이날 발표한 빚 탕감 대책은 일회성이지만 법으로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채권 재매각을 막고 소멸시효가 끝난 채권은 소각하도록 법제화해서 장기소액채권 보유 유인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개인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대부업자의 요건을 강화한다. 영세한 업자가 부실채권을 무분별하게 사들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매입채권 추심업자의 등록 자본요건을 현재의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고, 회사에 상시 인원을 5인 이상으로 정한다.

대부업자가 매입채권을 담보로 대출받아 채권 매입-과잉 추심을 반복하는 일을 막기 위해 자금 조달을 제한한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사 등의 대부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신용회복위원회 협약 채무조정이 가능하도록 의무 가입대상 대부업체를 확대하고, 가입하지 않으면 부과하는 과태료를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린다. 상환 능력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대출한 채권자에게는 신복위 채무조정 때 추가 감면율을 적용하는 불이익을 줘서 대출 심사 강화를 유도한다. 신복위 개인워크아웃 이용자 중 성실 상환자는 상환 기간에 따라 소액대출·신용카드 발급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기로 했다.


eri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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