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절대 안돼!"…'부동산 1번지' 강남 재개발 님비 갈등 '몸살'

구룡동 판자촌 '달터마을' 놓고 주민-구청 갈등 격화
내곡동선 R&D 연구소 건립 둘러싸고 한때 분쟁도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17-11-29 06:05 송고 | 2017-11-29 09:13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토지보상이나 시설건립 등 개발문제를 둘러싸고 서울 강남 곳곳에서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과 관계기관 사이에 보상금이나 집값 등 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9일 강남구청과 달터마을 주민자치회 등에 따르면, 달터마을 주민들은 23일째 지하철 구룡역 출입구 한편에 설치한 천막에서 농성 중이다. 주민들은 대형천막 안에서 교대로 단식투쟁도 이어가는 상황이다.
달터마을은 강남구 구룡동 달터근린공원 안에 자리 잡은 판자촌이다. 30여년 전부터 살 터전을 찾아 이곳으로 건너온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촌락을 형성해왔다. 다만 비닐이나 나무판자, 보온덮개 같은 소재를 사용해 우후죽순 무허가 건축물이 들어선 탓에 안전문제 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강남구는 지난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비를 시작하면서 거주민 이주를 유도해왔다. 구에 따르면 현재 거주민 절반 이상인 130여세대가 이주를 마쳤거나 이주할 예정인 상태다.

하지만 이같은 이주정책에 반대하는 달터마을 주민들은 별도의 '이주 및 보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이전에 따른 보상·이주대책 문제를 놓고 구청 등과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주민자치회에 따르면 현재 100여 세대가 자치회에 참여해 단체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토지보상법과 동시행령에 따라 구청 측이 무허가건물에 대해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두 합쳐 1000만원 남짓한 주거이전비와 거주정착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고정소득이나 근로능력이 없는 노인세대가 임대주택에서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치회는 지난달부터 강남구청과 서울시청, 국토교통부 등을 차례로 방문해 '관련법 개정'과 '주거권·재산권 보장' 등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단식투쟁에 돌입하며 "내 집 마련이라는 평생 소원을 상실한 채 일방적인 법 집행으로 이주를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선량한 달터마을 주민을 투기꾼으로 몰아서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구룡동 달터마을에 주민자치회가 제작한 '거주이전 반대' 플래카드가 게시돼 있다. 2017.11.28/뉴스1 © News1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구룡동 달터마을에 주민자치회가 제작한 '거주이전 반대' 플래카드가 게시돼 있다. 2017.11.28/뉴스1 © News1

이에 대해 강남구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주민 의견수렴에 나서 국토부와 서울시에 토지보상법 개정을 제안했고, 국민임대주택 특별공급 자격을 부여해 더 좋은 조건을 알선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관련법이 개정돼 보상액이 늘어난다면 추후에 소급적용해주겠다는 약속도 건넨 상황이다.

그러나 보상방법이나 금전적 수준에 대한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으며 갈등은 격화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에는 달터마을 한 주민이 구청 항의방문 도중 자해소동을 벌였고, 열흘 전에는 단식투쟁을 하던 주민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결국 달터마을에 공원을 새로 조성한다는 계획은 연기되는 수순이다. 당초 강남구는 2015년 정비사업 시작 당시 2017년까지 지역 주민을 위한 근린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 사업 인가고시 기한을 2019년 12월31일까지로 연장해 놓은 상태다.

◇'님비' 주민반발에 장애학교·R&D센터 설립 차질도

연구소나 장애학교 등 시설건립 문제를 둘러싸고 일부 주민들의 님비(NIMBYㆍNot In My Back Yard) 정서로 계획에 차질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서초구 염곡동에서도 지체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대신 지역발전을 위해 '종상향'을 해줄 것을 서울시에 요구 중이다.

종상향이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분된 용도지역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종상향을 통해 건물 층수와 용적률 등을 늘려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바람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특수학교 설립과 종상향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주민대표 3명, 교육청, 구청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해 종상향과는 별도로 학교 건립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이 이 지역 특수학교 설립은 지난 2010년부터 수년째 답보 중이다.

반면 소통 노력으로 오해를 풀고 주민 설득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화장품·제약 전문 기업 한국콜마홀딩스는 서초구 내곡동 일대에 부지에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 14개 분야를 합친 '통합기술원'을 건립 중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지난 5월부터 공사에 차질을 빚었다. 내곡동 주민들은 지난봄 '한국콜마건축결사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반대 집회를 개최하거나 서초구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왔다.

대책위는 환경오염과 불공정한 수의계약 등 문제를 제기하며 통합기술원 건립에 맞서왔다. 이들은 "아파트 바로 앞에 연구소가 들어서 유해물질과 폐수 등이 배출되면 주민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며 "구청이 콜마홀딩스를 수의계약 적격업체로 추천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도 거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해왔다.

지난 8월9일 내곡동 주민들로 구성된 '한국콜마건축결사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초구청을 방문해 구청장 면담을 요청했다. 2017.11.28/뉴스1 © News1
지난 8월9일 내곡동 주민들로 구성된 '한국콜마건축결사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초구청을 방문해 구청장 면담을 요청했다. 2017.11.28/뉴스1 © News1

하지만 그로부터 6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 주민들의 반대는 대부분 사그라든 상태다. 구청과 한국콜마 차원에서 통합기술원을 둘러싼 오해를 풀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8차례 논의했고, 콜마 지방연구소 견학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민들을 초청하는 등 노력한 덕분이다. 연구원 설계를 변경해 내부에 카페나 도서관 같은 주민편의시설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주민들이 (반대) 의견이 있다면 직·간접적으로 만나 대화 창구를 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창구조차 없었다"며 "공사현장에 소음방지 시설을 더 준비하는 등 주민과 갈등 관계를 해소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가 인정하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서초구에 세워 랜드마크화 할 계획"이라며 "완공된 뒤 모습을 보면 주민들도 만족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재 통합기술원 건립 공사는 다시 재개됐지만, 애초 5월로 예정돼 있던 착공일이 한달 정도 늦어지면서 전체적인 공사 일정이 지연됐다.

또한 일부 주민이 통합기술원 건립 공사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민원을 구청에 제출하는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wonjun44@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