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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보험 가입 암환자 골라 의사가 면접…병원이 보험사기 주도

진료 받으러 온 환자 선별 작업
사기 행각 감추려 환자외출땐 카드 사용 못하게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2017-11-27 14:24 송고 | 2017-11-28 07:40 최종수정
부산지방경찰청 전경사진.© News1
부산지방경찰청 전경사진.© News1

지난 4월 실비보험에 가입된 암환자들을 골라 입원시키고 거액의 실손의료보험금을 받아챙긴 사무장병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병원이 암 환자와 나이롱 환자를 끌어들여 거액의 보험사기 행각을 주도한 것이다. 

기존에는 나이롱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입원실에 드러누웠지만, 이번에 적발된 병원은 병원이 주도적으로 환자들을 끌어들인 셈이었다. 

해당 병원은 부산 서구 부민동 소재 한방병원으로,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는 사무장병원 형태로 운영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7일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해당 병원 행정원장 A씨(59)와 대출브로커 B씨(49), 모형의료기기 제작업자 C씨(49) 등 4명을 구속하고 나이롱 환자와 한의사 등 97명을 무더기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해당 한방병원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을 대상으로 입원 여부를 두고 선별작업을 벌여 충격을 안겼다. 

진료상담을 하면서 민영보험사에서 높은 의료실비급여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환자인지 면접을 진행했다. 

사무장병원 의사들은 입원할 환자를 받을 때 조건을 정해놓았다. 

암 환자이거나 실비보험에 가입된 환자 또는 실제 입원치료가 필요없는 환자 등이었다. 

병원은 이미 다른 병원에서 암 치료 수술을 받은 뒤 완치판정을 받을 때까지 정기검진이 필요한 환자들 위주로 입원시켰다. 

암 환자의 경우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실비보전금액이 많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감독을 받지 않고도 고가의 비급여 약제를 처방해 치료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암이 진행 중이거나 수술이 필요한 중증환자일 경우 다른 일반병원으로 돌려보내는 등 의료인의 본분을 망각한 채 돈벌이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병원은 주로 환자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입원비, 고가 면역주사, 한약재 처방, 마사지까지 포함시켜 월 180만~800만원까지 받아챙겼다.

이미 알음알음으로 소문을 듣고 찾아온 나이롱 환자도 있었지만 의사가 환자와 진료상담을 하면서 실비보험 증서를 확인한 뒤 입원하도록 권유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실손보험금의 본인부담금이 10%이지만 진료비를 10% 부풀려 영수증을 발급해 환자의 병원비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꼬드겼다. 

환자 관리도 치밀했다. 기존 수사기관에서 보험사기 행각을 적발할 때 환자의 생활반응을 위주로 살펴본다는 사실을 알고 환자들에게 특별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병원의 지시를 받은 간호사들은 입원환자들에게 외출을 하거나 외박을 할 때 본인카드를 쓰지 말 것과 휴대전화도 2대를 개통하도록 안내했다.

환자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휴대전화 한 대는 병원내부에서 쓰고 외출할 때는 다른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통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같은 수법으로 병원이 21개 보험사로부터 가로챈 금액이 53억 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또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행정원장 A씨가 2015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입원할 필요없는 환자들을 병상에 눕혀놓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아챙긴 요양급여비는 7억 7000여 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대출브로커와 가짜 모형의료기기 제작공급업자와 결탁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겉만 멀쩡하게 꾸며놓은 가짜 의료기기로 보증서를 발급받아 은행에서 12억원 상당의 부정대출을 받았다.

대출브로커와 모형기기제작 공급업자가 비슷한 수법으로 의료기관 4곳과 서로 짜고 부정대출을 받은 금액은 모두 42억원에 달한다. 

신용보증기금에서 가짜 의료기기로 담보대출을 하더라도 서류 위주로 심사하는데다 현장에 나와 검사하더라도 실제로 의료기기 기능이 올바르게 작동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허점을 노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보험사기를 적발한 이후 형사소송 도중에도 가로챈 보험금을 피의자가 배상하도록 명령하는 조항이 현행법에 추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2016년도 기준 보험사기 적발액 가운데 피해금 환수율은 4.07%에 불과하다. 

김명훈 국민건강보험 의료기관 관리지원단 조사지원부장은 "사무장병원은 의료행위를 이익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과잉진료는 물론 보험급여를 중간에서 가로채 결국 국가의 국민보험재정이 누수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무장병원에 주로 악용되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의 경우 내년부터 지자체에서 인가결정을 내리기 전에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서류검토 작업을 거치는 등 지원업무를 진행한다. 현재 시범사업을 운영중이다"라며 "개인의원은 여전히 지자체 신고제로 이행되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의심되면 적극 신고해 행정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choah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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