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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추천 여행지 ④] 온몸으로 보약 한 사발…함평 해수찜

(서울=뉴스1) 최갑수 여행작가 | 2017-11-26 10:51 송고
편집자주 한국관광공사는 '따뜻한 여행'이라는 주제 아래 12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인천 강화의 '석모도미네랄온천’ 등 5곳을 선정했다. 관광공사의 12월 추천 여행지에는 석모도미네랄온천 외에도 △강원 속초의 척산온천 △충북 충주의 수안보, 앙성온천 △전남 함평 해수찜 △부산 해운대온천 할매탕 등이 포함됐다.
함평 돌머리 해변의 일몰. 이하 관광공사 제공 © News1
함평 돌머리 해변의 일몰. 이하 관광공사 제공 © News1

추운 겨울 따뜻한 방바닥에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옛날에야 뜨끈한 아랫목으로 쑥 들어가면 됐지만, 아파트에 사는 요즘은 그러기 쉽지 않다. 일상에 지친 몸을 데워 땀을 쏙 빼고 쌓인 피로를 풀고 싶을 때 함평 해수찜이 어떨까. 오직 함평에서 경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수찜을 즐겨보자.
서해안고속도로 함평 IC에서 함평읍으로 가다 보면 돌머리해변 표지판이 나온다. 광주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기도 한 돌머리해변은 석성리 석두마을에 있다. 석성리는 주변에 기암괴석이 늘어서 석두(石頭)라 불렸는데, 이를 우리말로 돌머리라고 했다. 돌머리해변 표지판을 보고 길을 달리면 함평 해수찜 표지판이 눈에 띄고, 10분쯤 더 가면 해수찜마을로 유명한 궁산리에 닿는다. 너른 갯벌을 앞마당 삼아 해수찜 간판을 단 집이 여럿 있다.

해수탕은 바닷가 곳곳에 있어 아는 사람이 많지만, 해수찜은 다소 생소하다. 해수찜은 200여 년 전부터 함평 지방에서 이어온 전통으로, 예전에는 아기 낳을 부인이 하인을 대동하고 전국에서 모여들었다고 한다. 해수찜은 따뜻한 물이 담긴 탕에 몸을 담그는 것이 아니다. 해수에 뜨겁게 달군 유황석을 넣은 물에서 나온 증기로 몸을 데우고, 그 물에 적신 수건을 몸에 덮는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경험한 해수탕과는 완전히 다르다.
해수찜질방 © News1
해수찜질방 © News1

해수찜을 즐기는 방식은 이렇다.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나무로 만든 방에 들어간다. 한가운데 네모난 탕에는 해수가 담겼고, 쑥이 든 붉은 망이 물에 떠 있다. 잠깐 기다리면 커다란 삽에 담아 온 시뻘건 유황석을 탕에 넣어준다. 돌을 넣자마자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부글부글 끓는다. 해수찜질방 옆에 소나무 장작으로 유황석을 달구는 아궁이가 있는데, 이글거리는 불 속에서 돌덩이가 무려 1300℃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유황석이 30분 정도 달궈지면 유황과 게르마늄 성분이 빠져나온다. 함평 해수찜에 넣는 유황석은 아무리 달궈도 돌이 튀지 않고 오히려 엉겨 붙는다고 한다. 물은 순식간에 80~90℃까지 올라가, 식기 전에는 절대로 손을 넣거나 몸을 담그면 안 된다. 해수에는 쑥 한 망, 숯 한 삽을 같이 넣는다. 해수와 유황석, 쑥, 숯이 만나 몸에 좋은 약으로 변하는 것이다.

해수찜을 즐기려면 수건에 물을 부어 온도를 적당히 식힌 다음, 원하는 부위에 덮는다. 목이나 어깨, 허리에 수건을 올리면 뭉친 근육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든다. 몸이 노곤해지면서 10년 묵은 피로가 달아나는 것 같다. 뼛속까지 시원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물이 어느 정도 식으면 대야에 받아 몸에 끼얹어도 된다. 물을 몇 번 끼얹으면 피부가 뽀송뽀송하고 매끈해지는 느낌이 든다. 두어 시간 지나 물이 더 식으면 이때부터 족욕을 즐긴다. 발끝에서 올라온 뜨거운 기운이 온몸을 순환하며 땀이 줄줄 흐른다.
해수찜을 하고 나서는 따로 샤워하지 않아야 약효가 오래간다. 해수찜은 바닷물과 달리 끈적임이 없어, 그대로 말리거나 마른 수건으로 닦는 것이 몸에 좋다고 주인이 귀띔한다. 해수찜을 마치면 몸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다. 보약 한 사발을 쭉 들이켠 것 같다. 뜨거운 증기로 몸을 데우고, 쑥과 유황석의 좋은 성분이 몸에 스며든데다, 따뜻한 수건으로 근육을 풀어주었으니 쌓인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 건 당연한 일이다.

해수찜마을에서 돌머리해수욕장이 가깝다. 백사장 폭 70m, 길이 1km에 달하는 해수욕장은 갯벌이 넓어 조개를 캐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가득하다. 돌머리해변 갯벌은 국내에서 질이 우수하기로 손꼽히며, 게와 조개, 해초류가 지천이다. 차가운 날씨에도 겨울 한낮을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해변 위쪽으로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1300리 해안누리길 중 하나인 ‘돌머리해안길’이 펼쳐지고,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데크도 조성되었다. 인공 풀장에는 겨울이면 낚싯대를 든 강태공이 자리 잡는다. 저녁 무렵이면 사람들이 아름다운 일몰을 보기 위해 찾아든다.
모평마을© News1
모평마을© News1

함평에 고즈넉한 겨울을 즐기기 좋은 자산서원과 모평마을이 있다. 자산서원은 조선 중기 호남 사림의 거두인 곤재 정개청이 1589년 기축옥사에 연루되어 유배지에서 병사하자, 그 제자들이 스승의 신원 운동을 펴며 건립한 서원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개청의 굳건한 정신과 제자들이 스승을 기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모평마을은 고풍스런 한옥이 가득하고, 돌담이 예쁜 곳이다. 고려 시대 함평 모씨가 열었다고 전해지며, 1460년 윤길이 정착하면서 파평 윤씨 집성촌이 되었다. 마을 앞 해보천을 따라 늘어선 숲이 운치 있다. 500여 년 전에 조성된 보호림으로 느티나무와 팽나무, 왕버들 40여 그루가 울창하다. 모평마을 한옥 민박에서 묵으며 이 숲을 거닐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된다.

함평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이 육회비빔밥이다. 전국의 수많은 미식가들이 함평 비빔밥 한 그릇 맛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다. 함평이 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한 까닭은 예부터 큰 우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평 우시장은 ‘함평 큰 소장’이라 부를 정도로 거래가 활발했다고 한다. 이곳 육회비빔밥은 삶은 돼지비계가 함께 나오는 점이 특이하다. 그릇에 양념장과 채 썬 돼지비계를 한 숟가락 넣고 비비면 고급스러운 맛에 반한다. 기름기가 없는 소 엉덩이와 허벅지 살로 맛을 낸 육회는 씹을수록 입에 감긴다. 돼지비계도 느끼하거나 비리지 않다.

육회비빔밥을 내는 집이 모여 있는 곳은 함평5일시장이다. 함평은 비옥한 평야 지대에 자리해 농업이 활발하고 물산이 풍부했다. 끝자리 2·7일에 서는 오일장은 지역 농축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맛있는 먹거리가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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