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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아닌줄…” 단순 인출책 노릇 주부 ‘무죄’

법원 “범죄 실현 의사 있었다 볼 수 없어”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2017-11-26 08:30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 노릇을 했더라도 범죄인 줄 모르고 단순히 돈을 찾아 전달만 했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충북 진천에 사는 주부 A씨(32‧여)는 지난해 5월 아르바이트나 부업거리를 찾으려고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일자리를 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다 향수를 수입해 판매한다는 업체 실장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세금을 덜 내려고 하니 단순히 은행에서 돈을 찾아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개인이 은행 업무를 보는 것처럼 돈을 찾아 지정한 계좌로 보내주는 수금사원으로 일하면 송금한 돈의 1%를 수수료로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다른 사람의 탈세를 거든다는 게 찝찝했지만, 힘들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A씨는 업체 실장이란 사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얼마 뒤 업체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수금 좀 해 달라는 말에 A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은행을 찾아 시키는 심부름을 했다.

지난해 8월31일에 3700만원을, 9월20일에 1000만원을 찾아 업체 사람이 알려준 계좌도 모두 4700만원을 보낸 것이다. 그 대가로 수수료 1%도 받았다.

하지만 A씨가 찾아 송금한 돈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금융기관을 사칭에 청약 접수 확인을 미끼로 가로챈 전화금융사기 피해금이었다.

결국 A씨는 수사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이란 꼬리표를 달고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 선 A씨는 “탈세라는 것은 알았지만,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항변했다. 법원도 이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구창모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탈세를 목적으로 한 수금사원으로 근무하는 줄 믿었던 피고인이 다른 공범들과 보이스피싱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sedam_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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