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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포항 수험생·학부모 편지 '뭉클'

16가족에 숙식·수능도시락 제공한 호텔측에 감사편지 남겨

(포항=뉴스1) 정지훈 기자 | 2017-11-25 16:34 송고
25일 지진 피해로 포항의 한 호텔에 머무르며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호텔 직원들에게 남긴 감사편지. 2017. 11. 25. 최창호 기자/뉴스1© News1
25일 지진 피해로 포항의 한 호텔에 머무르며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호텔 직원들에게 남긴 감사편지. 2017. 11. 25. 최창호 기자/뉴스1© News1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지역 수험생과 그 가족들이 연기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도움을 준 호텔 직원들에게 남긴 편지가 지역 사회에 감동을 주고 있다.

베스트웨스트호텔 직원들은 지난 24일까지 호텔에 머물렀던 수험생 가족들이 남긴 편지를 뒤늦게 발견했다.
한 수험생은 "먼저 저 뿐만 아니라 포항의 많은 수험생들을 위해 부모의 마음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결코 마음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더더욱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고 편지를 남겼다.

한 학부모는 "살면서 제가 이런 일들을 겪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진으로 가스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수험생 아들과 고1인 아들 둘을 어떻게 등교시키며 미뤄진 수능 때문에 혹시 감기라도 걸릴까 노심초사 하던 차에 포항 호텔 사장님의 너무나 큰 배려로 뜻하지 않게 따뜻하고 편하게 잘 지내다 갑니다"며 메모를 남겼다.

이어 이 학부모는 "저희들은 늘 감사의 마음을 안고 살겠습니다. 고맙고 또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라며 호텔과 직원들의 배려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감사편지와 전화에 직원들은 몸둘바를 몰라했다.

직원 A씨는 "뭉클했다.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어 미안했는데 감사인사에 너무도 고맙고 한편으로 뿌듯하고 이 호텔에 근무하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전용진 베스트웨스턴 호텔 팀장은 "더 많은 이재민들을 도왔으면 했는데 수능시험이 연기되는 것을 보고 수험생들을 우선 지원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처음 수험생들이 부모와 함께 짐을 챙겨온 모습을 보고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호텔에서 잘 쉬다 간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호텔은 지난 지진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포항지역 수험생 16 가족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했다.

호텔은 지진이 발생한 지난 15일 이재민 지원을 위해 현장 대피소를 찾았다 수능시험 연기 발표를 보고 포항시에 수험생 지원을 위한 신청접수를 대신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포항시로부터 지난 19일 연락을 받고 수험생 10 가족이 들어왔고 이후 3일동안 16가족이 수능시험일 이후인 24일까지 호텔 7층과 11층 2개 객층에 머물렀다.

호텔은 직원들에게 수험생 가족들이 머무르는 동안 방해받지 않도록 32개 객실이 있는 2개 객층에 예약을 받지 않도록 지시했다.

수능일인 23일에는 학부모들에게 미리 학생들의 도시락통을 달라고 요청해 수험생들의 점심도시락도 호텔 조리실에서 준비를 해줬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전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 요리사들이 수험생들이 먹을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2017.11.23/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전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 요리사들이 수험생들이 먹을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2017.11.23/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다음은 한 포항지역 수험생이 남긴 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지진피해로 인해 715호에 머물렀던 수험생 000입니다.  먼저 저뿐만 아니라 포항의 많은 수험생들을 위해 부모의 마음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결코 마음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더더욱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집에 큰 피해를 입고 매일 잠자리를 걱정하고 옮겨다닐 뿐만 아니라 잠도 못자며 생활하는 트라우마가 생겨 가장 중요한 시험인 수능에는 조금도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로인해 부모님의 걱정과 저의 불안감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포항베스트웨스턴 호텔의 그 마음과 배려로 인해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료 숙식제공 뿐만 아니라 수능 도시락까지 준비해주신 그 정성에서 우리 포항시민들을 위한 관심과 애정을 더욱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험생들을 위한 정성에 꼭 좋은 점수로 보답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시험 잘 치르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간 이번 지진 피해로 인해 저희가 받은 애정을 꼭 나눌 수 있도록 항상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다시한번 포항 시민들과 수험생들을 위해 주신 배려에 감사합니다.  이번 결정을 내려주신 모든 분들과 포항베스트웨스트 호텔이 항상 평안하고 승승장구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aegu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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