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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건강①]"그만 마셔" 잔소리는 알코올중독 위험신호

대뇌 자극에 따라 난폭한 행동·기분 오락가락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7-11-26 07:00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중소기업 직원인 이명연(37)씨는 한번 술을 마시면 끝장을 보는 버릇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주 4~5병을 마실 정도로 주량이 세지만 자리를 옮겨가며 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시는 버릇을 고치기 어려웠다. 연말을 맞아 송년회가 잦아지자 이씨의 술 버릇을 걱정하는 가족들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급기야 회사에서 '알코올 중독자'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었다. 이씨는 "나쁜 술버릇 때문에 회사 내 평판이 나빠지고 건강도 나빠지는 거 같아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씨는 정상적으로 회사 생활도 하고 아직 젊어서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음주습관만 놓고 보면 알코올 중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술병을 든 채 공원 벤치에 쓰러져 자는 부랑자들을 알코올 중독자로 떠올리지만 착각"이라며 "술의 양과 횟수는 중요하지 않으며 '술을 그만 마시라'는 잔소리를 자주 듣는다면 이미 알코올 중독이거나 고위험군"이라고 지적했다.

알코올 중독이 위험한 이유는 자신도 모르게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어서다. 술은 마취제나 수면 안정제 같은 '비특이성 중추신경(뇌와 척수) 억제제'다. 특히 주사로 불리는 행동은 자극을 받는 대뇌의 부위에 따라 달라진다.

충동을 억제하는 중추가 예민한 사람은 술을 마시면 쉽게 흥분하고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 각성 중추가 예민한 경우라면 술을 마시면 잠이 쏟아진다. 감정을 조절하는 중추가 예민한 사람은 술자리에서 자주 웃거나 울게 된다. 더욱이 만취 상태로 구토를 하다가 잠이 들면 기도가 막혀 숨질 수 있다.

알코올에 중독되면 전날 술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고 혹시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기억상실' 증상이 나타난다. 수면의 질도 나빠진다. 술을 마시면 쉽게 잠들지만 중간에 자주 깨 이튿날에도 피로가 안 풀린다. 또 알코올성 지방간과 간염, 간경화증, 식도염, 위혐, 통풍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술을 끊고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수다.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면 외래진료 만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아캄프로세이트, 날트렉손 같은 항갈망제(알코올 억제제)를 처방한다. 아캄프로세이트는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고 날트렉손은 술을 마신 뒤 기분이 좋아지는 증상을 없애는 치료제다.

남궁기 교수는 "알코올에 중독된 대다수 환자들은 가벼운 상담과 약물치료로 증상이 낫는다"며 "술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인지행동요법과 함께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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