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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자들 "포항지진 원인이 지열발전탓? 단언 힘들어"

"지열발전시 물의 주입속도, 주입량에 대한 연구 필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각이 물성해졌기 때문"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2017-11-24 14:54 송고 | 2017-11-24 15:52 최종수정
김광희 부산대학교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포항지역 임시지진관측망 운영과 미소지진' 주제발표하고 있다. 2017.1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광희 부산대학교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포항지역 임시지진관측망 운영과 미소지진' 주제발표하고 있다. 2017.1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국내 지질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포항지진'의 원인을 분석했다.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암반의 특성변화, 알 수 없는 거친 단층면의 움직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결국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에 나서야 과학적인 해답을 내놓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포항지진 원인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대한지질학회,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 대한지질공학회는 공동으로 2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 긴급포럼'을 열고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3 지진에 대해 분석했다.

우선 포항시 흥해읍에서 건설 중인 포항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유발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고려대 이진한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유발지진'이란 사람의 기계적인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지진으로 유체주입, 채굴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하며 "포항 지열발전소와 진원지가 가까운만큼 유발지진이 아니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전소에서 유체가 주입됐을 때 주입속도, 주입량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대 민기복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과의 상관관계를 희박하게 보며, 만일 상관이 있다고 밝혀진다면 세계적인 연구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 교수는 "스위스 바젤 화강암지대에 1만2000톤의 유체를 주입하자마자 규모 2.6의 지진이 발생했던 사례가 있었고, 이후 5시간 후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면서도 "포항의 경우 60일 내내 주입할 때는 지진이 크게 발생하지 않다가 이후에 지진이 발생하게 된 것으로, 연관성을 증명한다면 세계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대 장찬동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장 교수는 "외국 오클라호마에서 유체를 주입해 지진이 발생한 경우는 주입정(injection well)도 수십개였으며, 주입량도 수십만톤에 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에서 주입 후 두달 후의 시간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관련성이 깊다고 보긴 어렵다"고 짚었다.

또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탓이 아닌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각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연세대 홍태경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의 발생 빈도가 증가했고 중대형 지진이 일어나는 등 지진의 파형이 변화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며 "이는 한반도가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지질학적 환경이 됐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까지 확인된 물리량으로는 지열발전소를 포항지진을 유발한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고 잘라말했다.

울퉁불퉁하고 복잡한 단층면에서 발생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울대 이준기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이번 포항 지진은 국내에서 최초로 관측된 NDC(Non Double Couple) 지진이며, 복잡한 단층면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가 언급한 'NDC 지진'은 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지진이 함께 진행됐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어 "여진 분포를 통해 정확한 단층 구조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국내 지질학자들은 포항지진의 원인을 짚기 위해서는 향후 기초지질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 이진한 교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포항 지진의 원인을 짚기 위한 기초 야외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충남대 장찬동 교수는 "포항지진에 대한 분석은 물론 한반도 전체에 대한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지만, 현재 야외조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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