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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빅2' 아시아나항공 '신뢰의 위기' 왜?

자율협약 졸업 후 3년 만에 재무건전성 악화
LCC 성장 직격탄, 그룹 리스크 전이 분석도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 2017-11-23 14:02 송고 | 2017-11-23 15:38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 계열사이자 항공업계 '빅2'인 아시아나항공이 심상찮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까지 떨어졌고, 유동성 흐름이 원활치 않다. 항공 업황이 좋은데도 과도한 차입금 부담과 경쟁 격화에 따른 영업 환경 악화로 위태위태하다. 2014년 말 채권단 자율협약 졸업 이후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위기다.

금융권에선 주요 계열사를 동원한 무리한 그룹 재건 움직임이 부메랑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금호타이어 재인수 실패, 알짜인 아시아나 기내식 사업부 헐값 매각 논란 등이 대표 사례다. 금융권과 시장 신뢰에 금이 가면서 계열사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떨어지는 신용등급, 커지는 유동성 위기

23일 금융·산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최근 대우건설 보유 지분 매각(558억원)에 이어 1700억원 규모의 CJ대한통운 주식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한 비핵심 자산 매각의 일환이다. CJ대한통운 주가가 하락해 매각 시점은 유동적이나 조만간 주식을 팔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유동성이 당장 마른 상황은 아니지만 아시아나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0일 "과중한 재무부담이 완화되지 못하고 유동성 위험도 점증하고 있다"며 아시아나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한 단계 내렸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더 떨어져 투기등급(BB+)이 되면 문제가 커진다. 지난 9월 말 현재 1조2382억원에 달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유동화 차입금의 '트리거'가 발동해 신탁 조기 지급 사유가 발생하고 현금 유입이 막힐 수 있다. 

◇항공업계 '빅2' 과점 깨져…LCC 성장 직격탄  

아시아나의 위기는 표면적으로 저비용항공사(LCC)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항공업계의 지형 변화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과점 구조가 깨지면서 양대 항공사의 시장지배력이 위협받고 있다. LCC와 취항지가 상당 부분 겹치는 아시아나가 더 큰 타격을 받는 구조다.

아시아나는 LCC 주요 취항지인 아시아 노선(한국·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의 매출 비중이 60% 이상이다. 아시아나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 줄어든 1185억원에 그쳤다. 3년 전 자율협약 졸업 당시 990%에 달했던 부채비율(연결기준)이 지난해 689%로 떨어졌다가 지난 3분기 말 740%까지 다시 올라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의 재무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수준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의 강력한 구조조정이나 선제적 자본확충 없이는 위기 국면을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비핵심자산 매각과 ABS 등 차입금 만기구조 등을 바꿔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기내식 매각·그룹 리스크 전이 '신뢰의 위기'

그룹 재건 과정의 계열사 동원이 근본적인 위기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시아나의 기내식 사업부 매각 논란이 대표적이다. 올초 기내식 사업(케이터링)권을 중국 하이난그룹에 넘기면서 1600억원 규모의 20년 만기 무이자·무담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금호홀딩스를 지원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기존 사업자였던 LSG스카이쉐프코리아(독일 루프트한자 계열)가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LSG 측은 "3000억원의 직접 투자를 제안했는데도 금호홀딩스 지원을 요구해 거절하자 사업권을 뺏겼다"고 주장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3000억원을 투자받았다면 유동성과 재무개선에 큰 보탬이 됐을 것"이라며 "금호타이어 재인수를 추진했던 박 회장이 아시아나를 지렛대로 실탄 확보에 나섰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금호홀딩스는 박 회장 일가가 지분 61%를 보유한 그룹 지주회사다. 

산은의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 합병 반대도 알짜 계열사의 지주회사 지원이란 시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이 원인이 된 상표권 갈등 과정에서 채권은행과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것도 아시아나에 큰 부담"이라고 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BW 발행은 그룹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사안으로 아시아나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신규 계약은 기존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조건이고 연장 계약에 실패한 LSG가 억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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