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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맞춤옷이었던 것처럼, 점점 맵시가 나는 '톱' 손흥민

도르트문트전에서 결승골로 2-1 승리 견인… 시즌 4호포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11-22 06:57 송고
손흥민이 도르트문트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다. 이제는 '톱'의 위치가 자연스러워졌다. © AFP=News1
손흥민이 도르트문트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다. 이제는 '톱'의 위치가 자연스러워졌다. © AFP=News1

최근에서야 축구를 접한 이들은 손흥민의 원래 포지션이 중앙 공격수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맞춤옷처럼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토트넘이 22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라운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원정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조 1위 16강 진출을 확정하던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출전해 시종일관 경쾌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결승골의 주인공도 됐다.
손흥민은 1-1로 팽팽하던 후반 31분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알리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첫 터치와 함께 공을 슈팅하기 좋은 위치로 돌려놨고, 이후 부드러운 감아차기를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도르트문트와의 조별예선 1차전 선제골에 이어 다시 도르트문트전에서 골맛을 본 손흥민은 UCL 2호골이자 정규리그 포함 4호골을 기록하게 됐다.

손흥민의 골로 승부를 뒤집은 토트넘은 이후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은 채 경기를 지배했고 결국 2-1로 마무리하면서 적진에서 승점 3점을 챙겼다.

손흥민은 지난 18일 주말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를 벤치에서 시작해 후반 29분에야 교체로 투입, 정규시간 16분가량을 소화했다. 체력 안배로 볼 수 있는 선택이었다.
손흥민은 한국대표팀에 합류해 지난 10일 수원에서 열린 콜롬비아전과 14일 울산 세르비아전을 모두 풀타임으로 뛰었다. 그리고 또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왔다. 컨디션이 좋기는 했지만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도 무리시킬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도르트문트전을 염두에 두고 에너지를 비축시킨 의도도 포함됐을 공산이 적잖다.

'양봉업자'라는 익살스러운 애칭처럼, 손흥민은 '꿀벌군단' 도르트문트에 유난히 강한 면을 보여왔다. 지난 9월14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예선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3-1 승리를 견인한 것을 비롯,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할 때부터 도르트문트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토트넘 진영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잡아 상대와의 몸싸움을 버텨낸 뒤 슈팅까지 시도하며 경쾌하게 스타트를 알렸다. 전반 29분 후방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박스 안에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는 등 망설임이 없었고 전반 41분 왼쪽 측면을 돌파해 나가다 상대의 파울을 유도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는 모습에서는 터치라인 근처에서의 본디 장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프사이드 상황이기는 했으나, 후반 16분 델레 알리의 침투패스가 다소 길지만 않았다면 손흥민은 골키퍼까지 제치는 일대일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요컨대 여러 장면에서 가벼운 모습을 보여줬다. 더 이상 중앙 공격수 손흥민은 어색한 포지션이 아니었고 꽤 익숙하고 편한 옷을 입은 듯 자신 있게 뛰었다. 그리고 후반 31분, 스트라이커다운 퍼스트터치와 이어진 슈팅으로 확실한 결정력까지 자랑했다.

'톱 손흥민'이 점점 맵시가 나고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고무적인 일이다. 손흥민이 좋은 선수인 것은 맞으나 케인, 알리, 에릭센 등과의 저울질 속에서 기용할 곳의 고민이 많았던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는 완전히 심지를 굳힌 듯하다. 불안한 입지 때문에 지난해에는 플레이에 조급함이 있었던 손흥민도 안정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축구대표팀에게도 마찬가지다. 포체티노의 선택에서 힌트를 얻어 대표팀에서도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투톱 전술을 실험했던 신태용 감독도 "이제 '손흥민 활용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해법을 찾은 것 같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톱 손흥민'은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이 기대하고 한편으로 기대야하는 중요한 비기다. 그 무기에서 점점 빛이 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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