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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에 방치된 국제보호종 돌고래를 보호하라"

바다쉼터추진위, 제주 퍼시픽랜드 규탄…공사 중단·가상 전시시설 전환 요구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2017-11-20 12:39 송고 | 2017-11-20 13:35 최종수정
돌고래바다쉼터추진시민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이 20일 오전 서울 역삼1동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퍼시픽랜드의 돌고래쇼장 리모델링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News1
돌고래바다쉼터추진시민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이 20일 오전 서울 역삼1동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퍼시픽랜드의 돌고래쇼장 리모델링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News1

돌고래바다쉼터추진시민위원회(이하 바다쉼터추진위)는 20일 오전 서울 역삼1동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퍼시픽랜드의 돌고래쇼장 리모델링 공사를 중단하고 가상 전시시설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바다쉼터추진위는 같은 시간 제주 퍼시픽랜드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퍼시픽랜드는 호반건설이 지난 2월 약 800억원의 자금을 들여 인수했으며, 지난 5일부터 공연장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공사는 다음달 1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13~14일 핫핑크돌핀스 관계자들이 리모델링 공사현장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돌고래들이 공사가 진행되면서 발생한 소음과 분진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들이 돌고래 보호 조치 마련을 촉구했지만 퍼시픽랜드측는 돌고래 이송이나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현재 퍼시픽랜드에는 지난 6월 위탁계약을 통해 서울대공원에서 옮겨진 큰돌고래 태지(17세)와 제주남방큰돌고래 비봉이(23세 추정), 일본 다이지에서 수입한 큰돌고래 아랑이, 수족관에서 태어난 혼종 돌고래 2마리 등 모두 5마리가 지내고 있다.

바다쉼터추진위는 이날 "호반건설은 퍼시픽랜드의 돌고래쇼장 리모델링 공사를 중단하고 가상 전시 시설로 전환하라"면서 "또한 서울시는 퍼시픽랜드 공사 현장에 방치된 국제보호종 돌고래 태지를 위한 돌고래 바다쉼터 건립에 앞장서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돌고래들이 소음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수진 이화여대 돌고래연구팀(에코크리에이티브 협동과정 행동생태연구실) 연구원은 "돌고래는 좁은 수조 안에서 자신의 소리에도 민감하며, 공연장 돌고래의 경우 관람객들의 함성과 박수소리에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면서 "수조 근처에서 나는 큰 공사소음은 돌고래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에서 돌고래가 소음에 시달리다 폐사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공연에 동원되던 큰돌고래 1마리가 수족관에 반입된 지 3년3개월여만에 폐사했는데, 사육사 등은 돌고래가 공사소음에 노출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돌고래바다쉼터추진시민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이 20일 오전 제주 중문단지 퍼시픽랜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돌고래쇼장 리모델링 공사 중단과 가상 전시시설로 전환를 요구했다.(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News1
돌고래바다쉼터추진시민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이 20일 오전 제주 중문단지 퍼시픽랜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돌고래쇼장 리모델링 공사 중단과 가상 전시시설로 전환를 요구했다.(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News1

바다쉼터추진위는 해외의 사례를 볼 때 돌고래쇼는 반생명적인 것으로, 즉각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이미 1993년에 돌고래 수족관이 사라졌고, 인도 정부 역시 돌고래를 비인간인격체로 선언하고 2013년 돌고래 수족관을 금지한 바 있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역시 최근 시의회 만장일치로 돌고래 등 해양포유류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는 동물보호조례를 개정했으며, 프랑스도 신규 돌고래 수족관 설립과 번식, 체험프로그램 등을 금지해 사실상 수족관이 폐지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정부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시의회도 동물복지 기준에 맞지 않는 돌고래 수족관을 폐쇄하고 있으며, 캐나다와 미국에서도 수족관 돌고래들을 바다쉼터를 만들어 자연 환경으로 옮기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현재 수족관들은 돌고래의 추가 도입과 보유가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의 개정법률을 저지하기 위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퍼시픽랜드의 리뉴얼 사태에서 보듯 현재 한국 수족관들은 돌고래 보유만을 생각하고 리뉴얼 등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이어 "수족관은 돌고래가 혼자 남게 되는 경우, 다른 수족관이 리뉴얼을 위한 임시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족관이 향후 리뉴얼을 위해 보호를 요청할 경우 등 다양한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돌고래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복지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돌고래는 물 속에서 태아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는 예민한 동물"이라면서 "그런 돌고래들의 안전정치를 마련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납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퍼시픽랜드는 마치 서커스공연처럼 돌고래들의 쇼를 보여주는 업체로 교육적 의미를 찾아볼 수 없는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호반건설은 퍼시픽랜드의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돌고래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엮다.    

한편 바다쉼터추진위에는 핫핑크돌핀스, 카라, 케어, 동물자유연대,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이정미 정의당 대표, 최재천 전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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