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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올 땐 당당히, 떠날 땐 미련 없이… 승부사 김학범의 3개월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11-18 18:57 송고
김학범 감독이 광주FC 사령탑에서 스스로 내려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김학범 감독이 광주FC 사령탑에서 스스로 내려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가장 빛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대를 만들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빗대 '학범슨'이라는 애칭을 지닌 김학범 감독은 냉정한 이 세계에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승부사'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고 최선을 다한 뒤 받아든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게 페어플레이였다. 
위기에 처한 광주FC를 구하기 위해 소방수로 뛰어들었으나 결과적으로 불을 끄지 못했던 김학범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김 감독은 19일 오후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시즌 최종전이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구단 측과 최종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닌 상황에서의 '돌발발언'이었지만 축구계에서는 이미 1부 잔류에 실패한 뒤 김학범 감독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김학범 감독은 시즌이 하반기로 향하던 지난 8월16일 광주의 4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당시 광주는 4승7무14패 승점 19점으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광주는 '학범슨의 마법'에 기대를 걸었다.

김 감독은 지난 2012년 16위이던 강원FC의 지휘봉을 잡고 1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려 1부에 잔류시켰다. 2014년 역시 친정 성남FC의 SOS를 받아들여 잔류는 물론 그해 FA컵 우승으로 다음 시즌 ACL 진출권이라는 놀라운 선물까지 안겼다.
김 감독 역시 광주에 부임하며 "자신이 없으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말로 승부근성을 드러내며 복귀를 알렸다. 하지만 이미 많이 가라앉았던 광주에서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휘봉을 잡은 초반, 이길 수 있던 경기를 비기거나 패한 것이 꽤 아팠다. 31라운드 이후 6경기에서 2승4무 무패행진을 달리면서 안정궤도에 접어들었으나 발동이 너무 늦게 걸렸고 결국 37라운드 대구와의 경기에서 0-2로 패하면서 최하위로 강등이 확정됐다.

김 감독은 광주FC의 새로운 출발을 기원하며 새판을 짜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대로 있는 게 도리가 아니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웠던 열정으로 보낸 시간이 딱 3개월이다. 한 지도자가 자신의 뜻을 펼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고 때문에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그러나 승부사는 미련 없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선택을 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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