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사상 첫 수능 연기에 수험생 '패닉' vs '선물같다'…엇갈린 반응

"수능날에 맞춰 생체리듬 조절했는데…당황스러워"
"생명 존중하는 정부 뜻 이해…제도 보다 안전 중요"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김다혜 기자, 최동현 기자, 이원준 기자, 한재준 기자 | 2017-11-15 21:16 송고 | 2017-11-16 07:36 최종수정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인 15일 오후 제27지구 제4시험장인 대전 구봉고등학교를 찾은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확인하고 있다. 2017.11.15/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인 15일 오후 제27지구 제4시험장인 대전 구봉고등학교를 찾은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확인하고 있다. 2017.11.15/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사상 처음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재난을 이유로 미뤄지자 수험생은 물론 일반 시민들마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험생은 물론 시민들은 안전을 중시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1년 이상을 꼬박 준비한 수험생들에 대한 걱정에 안타까운목소리를 냈다.

15일 오후 수능이 일주일 뒤인 23일로 미뤄진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대학입시학원에서는 '패닉'에 빠진 수험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수능 전날까지 마지막 힘을 짜내 집중하던 수험생들은 수능 연기 발표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하소연을 하거나 비명을 내지르는 학생들은 수능 전날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교재들을 모두 버렸던 교재를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다시 찾아가는 것에 바빴다.  

버린 교재를 다시 가져가던 수험생 박모양(19·여)은 "정말 어이가 없다"며 "책도 다 버렸는데, 다른 아이들이 주워갔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수능까지 몇시간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연기라니,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일주일 동안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수험생 조모군(19)도 "너무 갑작스럽다 보니 어이가 없다"며 "밖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나길래 뉴스를 찾아봤고, 수능 연기 소식을 어머니 등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는 시간이 더 생긴거라고 일단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수능 연기 소식에 눈물을 글썽 거리던 김모양(19·여)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화가 났다고 해야 하나, 오늘을 대비해 생체리듬을 맞추고 일주일 전부터 체력 관리를 위해 공부시간도 줄이고 잠 자는 시간을 늘렸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늦은 나이에 수능을 준비했다는 한모씨(25)는 수능 연기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진짜냐"라고 수없이 되물었다. 그는 "지진이 났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연기는 전혀 생각을 못해 이걸 좋아해야 할지, 안 좋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이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수험생들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수능 연기 소식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수험생 이모군(19)은 "수능 연기가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은데, 하루 전날 이렇게 연기가 되다니 얼떨떨하다"며 "선물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공부도 더 할 수 있으니 신중해지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수험생 전은솔양(19·여)도 "너무 급작스럽긴 하지만, 공부할 시간이 늘어나서 좋기도 하다"며 "일주일 더 남았다는 이야기니, 마음을 추스려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고 말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북 포항 북구 북쪽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16일 열릴 예정이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연기해 23일에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7.11.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북 포항 북구 북쪽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16일 열릴 예정이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연기해 23일에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7.11.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수험생과 비슷하게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잔뜩 긴장하며 몇시간 이후의 결전에 준비했을 수험생에 대한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생명을 존중하는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취업 준비생인 윤종현씨(27)는 "1주일이 연기된다면 대치동 학원 등 사교육이 '리턴즈 특강'이라면서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일주일 동안 기도 하고, 고생할 학부모 생각에 안타깝다"고 전했다. 

정연오씨(29·여)는 "재난 상황이니 수긍해야하지 않겠나"라며 "수능은 어느 한 지역만 진행할 수 없는 건데, 포항의 경우 피해를 많이 입었으니"라고 말했다. 그는 "여진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포항 지역의 아이들은 마음을 많이 다쳤을 것"이라며 "수능 강행했다가 탈이라도 생기면…수능 연기는 유감이겠지만 더 큰 지진이 없기만을 바란다"고 밝혔다. 

대학생 정몽교씨(25)는 "수능 연기는 당연한 조치였다"며 "포항 지역에 있는 학생들의 형평성 문제를 생각했을 때,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본 학생들도 있을테고 심적으로 놀란 아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것이니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회사원 이모씨도 "수능 연기 결정에 이 정부가 안전과 생명 등에 어떠한 가치를 두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며 "제도보다 목숨, 생명이 먼저라는 결정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러나 내일을 위해 꼬박 준비하던 친구들을 생각했을 때에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수능 연기에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수험생에 대한 걱정은 물론 회사원의 경우 당장 내일 출근 시간 조정 등 문제를 겪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최모씨(33·여)는 "늦춰진 출근시간이 어떻게 되는건지 혼란스럽다"며 "수험생 입장에서는 긴장감이 일주일 더 이어진다는 것인데,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소하게 수능 끝나고 손님을 유치하려고 이벤트 일정을 짠 회사도 있을텐데, 연쇄적인 피해가 많이 생길 것 같다"며 "수능도 문제지만 부수적인 것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권모씨(30·여)는 "당초 미뤄졌던 출근 시간이 수능 연기로 정상 출근으로 바뀌었다"며 "회사 단체 채팅방에 정상 출근 확인 메시지를 보내라는 내용이 올라왔다"고 씁쓸해 했다. 

직장인 김모씨(40대)도 "내일 수능이라고 휴가 냈던 직장인들이 연달아 휴가를 취소하고 있다"며 "수험생 말고도 학교 재량으로 휴교해 휴가 낸 초등생 학부모 등이 등교 여부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 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란에도 '수능 연기 반대'와 관련한 청원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한 시민은 "국가에서 치르는 가장 큰 시험인 수능을 지진 위험 이유 하나만으로 연기할 수 없다"며 수능 연기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 


jung9079@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