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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믿고 있는 인종주의는 과학적인가

[새책]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11-16 08:07 송고
© News1


'홀로코스트'로 기억되는 인류 최대의 인종 학살이 일어난 지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지만, 세계가 다시 '인종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에서도 올해 개봉된 두 편의 영화인 '청년경찰' '범죄도시'가 국내 조선족 거주 지역을 범죄의 소굴로 표현해 '인종주의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인종주의는 사회·문화적 영역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종주의는 역사적으로 과학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그 근거를 과학에서 찾아왔다. 미국의 인류학자인 저자 조너선 마크스는 최근 국내 출간된 책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이음)에서 인종주의의 문제를 과학의 차원에서 검토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과학의 역사에서 인종주의는 주요한 이론적 배경으로 등장했었는가'와 '아직도 과학에는 인종주의적인 요소가 남아 있는가'를 먼저 묻는다. 첫 번째 질문에 책은 큰 고민이 없이 ‘그렇다’고 답변한다. 인종주의의 가장 끔찍한 결과물인 홀로코스트는 나치의 정치적 선동만이 아니라 당시의 과학으로 유통되던 우생학과 긴밀하게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인, 아직도 과학에는 인종주의가 남아 있는가에 대해선 어떤가. 이에 대해서도 마크스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한다. 그리고 저자는 2014년에 뉴욕타임스의 한 기사에서 인용된 심리학자 존 러슈턴을 소개한다. 한 때 인간의 성기의 크기와 뇌의 크기의 연관관계를 연구한 적이 있었던 러슈턴은 자신의 연구 결과에 따라 "아프리카 사람들은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쳐서 번식률은 높아지고 지능은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처럼 인종주의적 과학자의 연구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공신력 있는 언론에서 여전히 주요 논거로 인용된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과학에 남아있는 인종주의를 폭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인종주의적 과학이 개념화하고 있는 ‘인종’이라는 단위 자체를 문제로 삼는다. 인종주의가 전제로 하고 있는 인종이라는 개념 자체를 비과학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의 집단을 인구라는 관점에서 개념화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과학에서 생물을 분류하는 ‘종’이라는 개념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개개의 침팬지를 상이한 종으로 분류할 수 없는 것처럼 각각의 인간도 흑인종, 백인종, 황인종처럼 상이한 종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유전자 변이는 침팬지의 유전자 변이보다도 적다. 즉, 인간만 유독 하위 종으로 나눌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 

아울러 책은 린네, 뷔퐁, 그리고 다윈 등을 거치며 어떻게 인종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는지 추적한다. 인종주의가 어떻게 과학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다각도로 살피면서 그 근본적인 뿌리도 발견하려고 시도다.

◇조너선 마크스 지음·고현석 옮김·이음·1만2000원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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