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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에게 물었다, '마약'은 권창훈과 이재성이었다

(울산=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11-15 11:22 송고
대표팀의 조직력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미드필더 권창훈과 이재성이 변화의 키였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대표팀의 조직력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미드필더 권창훈과 이재성이 변화의 키였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세르비아전을 마치고 나오는 신태용 감독을 만나 왜 갑자기 2선 미드필드진과 3선 수비진의 간격이 맞아떨어진 것이냐고 물었다. 농담조로, 선수들이 무슨 '약'을 복용한 것 아니냐며 웃었다. 신 감독은 "그게 이번 11월 2연전의 핵심"이라면서 같이 웃었다.

신 감독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대표급 선수들이 라인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런 연습을 이번에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닐텐데 왜 전과 다른 조직력이 갖춰진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 감독은 "좌우에서 권창훈과 이재성이 워낙 방대하게 움직여줬기 때문"이라면서 "4-4-2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었던 것은 두 선수의 공이 크다"고 전했다.
축구대표팀이 14일 오후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한국은 후반 13분 상대 역습에 먼저 일격을 허용했으나 4분 뒤 구자철이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스스로 성공시키면서 균형을 맞췄고 결국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외려 역전을 시키지 못한 게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막판에는 매섭게 몰아쳤다.

이로써 신태용호는 고비라고 여겨졌던 11월 A매치 2연전을 1승1무로 마쳤다. FIFA 랭킹 13위에 빛나는, 강호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콜롬비아는 2-1로 꺾었다. 한국 축구가 유난히 약세를 보여 '울렁증'이라는 말도 들어야했던 유럽 국가와의 대결도 흡족한 경기력 끝에 1-1로 마쳤다.

결과도 결과지만 '보는 맛'이 달라졌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포지션 이동과 함께 맞는 옷을 입은 듯 펄펄 날고 있는 손흥민을 중심으로 일단 공격력이 눈을 즐겁게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더 칭찬할 것은 90분 내내 상대와 대등한 싸움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신태용 감독이 과감하게 꺼내든 일자형 4-4-2 전형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준수한 호흡을 보여준 공이 크다.
신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같은 틀을 운영했다. 4명의 수비수 위에 4명의 미드필더 그리고 손흥민과 손흥민 파트너를 전면에 배치한 투톱 운영이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손흥민에 맞춰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워낙 스타고, 본디 날개 공격수로 활약했던 선수인데 최근 소속팀(토트넘)에서 투톱으로 활용되는 것과 맞물려 대표팀에서도 포지션이 변경된 것이니 관심이 가는 게 당연했다. 결과는 합격점 이상이다.

콜롬비아전에서는 홀로 2골을 넣었다. 세르비아전에서는 비록 득점을 올리지 못했으나 외려 콜롬비아전보다 더 많은 찬스를 잡았다. 원래 대표팀의 전술이 4-4-2였고 손흥민은 줄곧 중앙에서 뛴 것처럼 잘 맞는 옷이었다. 당연히 조명은 손흥민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 틀을 유지시킨 공신은 좌우 날개 권창훈과 이재성이었다.
14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세르비아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 후반전에서 신태용 감독의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17.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14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세르비아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 후반전에서 신태용 감독의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17.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신태용 감독은 "이 전형을 쓸 수 있는 것은, 권창훈과 이재성이라는 젊고 씩씩하게 많이 뛰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위아래를 쉼 없이 오가면서 균형을 맞춰줬기에 간격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다"면서 "내가 계획한 이 틀은 밸런스가 무너지면 무용지물이었다. 두 선수의 공이 그만큼 컸다"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신 감독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내가 대표팀 소집명단을 발표할 때 앞에서 많이 뛰면서 싸워주는 이들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이라는 말로 다시금 두 선수의 공을 높이 샀다.

전임 슈틸리케 체제에서는 '백업'에 가까웠던 권창훈과 이재성이 신태용호에서는 키 플레이어로 발돋움했다. 두 선수의 비중은 손흥민 못지않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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