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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 사인 약물·심근경색 아닌 머리손상'…의혹해소엔 역부족

국과수, 최종 부검결과 발표
남은 것은 차량분석 뿐…급발진 등 결함여부 주목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이원준 기자 | 2017-11-14 17:35 송고
지난 10월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주상복합 건물 계단아래로 추락한 배우 김주혁의 차량 운전석. © News1 이원준 기자
지난 10월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주상복합 건물 계단아래로 추락한 배우 김주혁의 차량 운전석. © News1 이원준 기자

지난 10월30일 서울 강남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배우 김주혁씨(45)의 최종 부검결과가 사건발생 보름 만인 14일 나왔다. 그러나 김씨의 사고를 둘러싼 의혹 해결에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1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후 김씨의 최종 부검결과를 전달했다. 김씨의 사인은 심근경색이나 약물의 영향이 아닌 머리뼈 골절 등 머리손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건 직후 김씨에 대한 부검 1차 구두소견과 같다. 

경찰과 사고 당시 영상 등을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27분쯤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봉은사역 사거리에서 경기고등학교 사거리 방향으로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벤츠 G바겐을 몰다가 옆 차선에서 달리던 그랜저 차량을 들이받았다. 

사고 후 멈칫하던 김씨 차량은 수습을 위해 갓길 쪽으로 향하려던 그랜저 차량의 조수석 부분을 빠른 속도로 스치듯 다시 들이받고 인도 쪽으로 향하다가 우측에 있던 인근 아파트 벽면과 충돌, 2m 계단 아래로 전복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김씨를 구조해 심폐소생술을 하며 인근 건국대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오후 6시30분 김씨는 끝내 숨졌다. 

일반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고가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김씨가 갑작스러운 심장질환으로 숨졌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피해 차량 그랜저 운전자 역시 "김씨가 가슴을 핸들에 기댄 채 양손으로 핸들을 감싸쥐고 굉장히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였다"고 진술하면서 심근경색이 사고 원인이 됐을 것이란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최종 부검에서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과수는 심장검사에서 심장동맥 손상이나 혈관 이상, 염증 등이 없어 심근경색이나 심장전도계 이상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의 사고와 관련해 또 유력하게 거론되던 약물 부작용 가능성도 최종 부검결과에 따라 배제됐다. 김씨가 사고 전 가려움과 불안, 긴장완화에 효능이 있는 약물을 복용, 졸음과 두통, 쇼크 등의 부작용에 따라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지만 최종 부검에서는 미량의 항히스타민제만이 검출됐다.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질환 등에 널리 쓰이는 약물 중 하나로 이번 사고에서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 
배우 고(故) 김주혁의 사고차량이 2일 오후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으로 들어와 하차되고 있다. <br /> © News1 박하림 기자
배우 고(故) 김주혁의 사고차량이 2일 오후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으로 들어와 하차되고 있다. 
© News1 박하림 기자

국과수의 최종 부검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이는 김씨가 그랜처 차량과 2차례 경미한 추돌사고를 내고 인근 아파트 벽면으로 돌진하기까지의 석연치 않은 정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사후 밝히기 힘든 급격한 심장 또는 뇌 기능상실 선행 가능성도

국과수 역시 경미한 사고로 인해 큰 손상이 발생할 상황이 아니고, 사고 후 김씨가 가슴을 핸들에 기댄 채 양손으로 핸들을 감싸쥐고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는 피해자 진술 등을 통해 사고 당시 자구력을 소실했을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교통사고로 인한 치명적인 머리손상이 발생하기 전 사후에 밝히기 어려운 급격한 심장 또는 뇌 기능실조가 선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경찰은 더이상 김씨가 사고 당시 어떠한 신체적인 영향을 받았는지와 관련해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김씨의 신체적인 영향에 대한 조사는 부검으로 인해 끝났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 역시 안타깝다"고 밝혔다.

남은 것은 김씨의 차량에서 발견된 블랙박스 영상분석과 김씨의 차량결함 조사 등이 있다.

경찰은 사고 직후 사고 현장 인근을 달리던 차량 등에서 블랙박스 영상 확보를 예상했지만 실패했다. 직접적인 피해 차량인 그랜저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달려 있지 않았고, 나머지 차량 역시 관리미비로 영상이 녹화되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 차량 앞을 달리던 차량 후면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김씨가 사고 당시 흉통 등을 느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 했지만 선행차량에도 블랙박스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의 차량에서는 블랙박스가 뒤늦게 발견되기는 했지만 이를 통한 사고원인 규명 가능성은 낮다. 경찰은 "현재까지 국과수 검사결과, 음성녹음 기능을 꺼둬 녹음 자체가 되지 않은 것 같고, 저장된 파일이나 블랙박스 본체에 혹시라도 음성녹음이 되어 있는지 정밀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차량 분석을 통해서도 김씨가 당시 어떠한 신체적 문제를 겪었는지 알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차량분석을 통해서는 당시 김씨가 안전벨트를 착용했는지, 급발진 가능성이 있는지 등 차량 결함과 관련한 부분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체적인 요인으로 인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며 "김씨가 생전 다녔다는 병원과 관련한 수사 역시 부검에서 약물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수사할 내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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