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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다"…싱가포르 도전에 韓조선 '빅3' 위기감 고조

해양플랜트, 韓-싱가포르 입찰가 차이 커…"일감 모조리 뺏길 판"
"이제 시작일 뿐"…향후 여러 입찰서 경쟁 예고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2017-11-14 07:00 송고 | 2017-11-14 08:20 최종수정
삼성중공업 에지나 FPSO. © News1
삼성중공업 에지나 FPSO. © News1

"'그 가격'이라면 앞으로도 한국 조선소들의 해양플랜트 수주는 불가능합니다."(국내 A조선소 관계자)

그동안 해양플랜트 시장을 독식했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소들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금까지 경쟁자로 인식 조차 하지 않았던 싱가포르 조선소에게 잇따라 일감을 빼앗기고 있어서다.
특히 싱가포르 조선소들이 입찰에서 써 내는 가격은 한국 조선소 입장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가격이다. 물론 싱가포르 조선소들이 제시한 가격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험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저가 수주에 나서고 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해양플랜트 수주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셈코프 마린'이 해양플랜트 건조 계약을 따내면서 한국 조선 '빅3' 사이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오일메이저 스타토일은 '요한 카스트버그'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의 '파트1(하단부·거주부)' 입찰에서 셈코프마린과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약 4억9000만달러로, 외신들이 분석한 대우조선 입찰가인 5억7500만달러 대비 1억달러 이상 차이가 난다.
한 조선소 관계자는 "요한 카스트버그 FPSO 입찰 당시 한국 조선 3사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대우조선과 셈코프 마린 간의 입찰가 차이는 1억달러 가량으로 알려졌다"며 "당시 외신 보도를 두고 대우조선의 저가수주 논란이 불거졌는데 정작 셈코프마린의 계약금액에 다들 할말을 잃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억달러의 가격차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 등으로 해결할만한 격차가 아니다"며 "만약 셈코프마린이 지속적으로 이정도 수준의 가격을 써낸다면 해양플랜트 물량을 모두 뺏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로는 인건비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물가가 비싸지만 셈코프마린, 케펠 등 현지 조선소는 말레이시아, 인도,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들을 고용해 해양플랜트를 건조한다"며 "아무래도 인건비 측면에서 우리나라 업체와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요한 카스트버그 사례처럼 싱가포르 조선소들이 해양플랜트의 하단부만 수주를 계속해도 한국 조선소들에게는 타격이 크다. 해양플랜트 입찰은 통째로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고 하단부(Hull)·거주부와 본 생산시설(톱사이드) 등으로 나눠 진행할 수도 있다. 최근 발주 추세를 보면 부문을 나눠 따로 입찰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다른 관계자는 "부유식 해양플랜트는 선박 위에 원유생산공장을 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선박과 비슷한 하단부 건조는 주 생산시설과 달리 변수가 적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단부 건조를 싱가포르가 모두 가져간다면 한국 조선소들은 리스크가 큰 생산시설 건조밖에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해양플랜트 전체를 통째로 수주하길 바라지만 최근 선주들이 분리발주를 선호해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당장 한국 조선소들은 셈코프 마린과 '2차전'을 준비해야 한다. 베트남 석유회사인 '푸꾸옥 페트롤리움'이 발주하는 '블록B' 가스 프로젝트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셈코프 마린, 미국 맥터모프 등이 경합 중이다. 삼성중공업과 셈코프 마린은 요한 카스트버그 톱사이드(파트2) 입찰에서도 맞붙는다. 그외 셰브론의 로즈뱅크 FPSO도 조선 3사와 셈코프 마린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국내 주요 조선소들은 상선 부문에서 이미 중국 조선소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조선소들 역시 저렴한 인건비와 중국 정부의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업체들이 주도하는 유조선, 컨테이너선 수주에 도전 중이다. 최근 프랑스 CMA CGM은 중국 후동중화조선, 상해외교고조선과 최대 9척에 달하는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의 건조계약을 체결하면서 한국 조선업계에 충격을 줬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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