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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아동 기부금 126억 횡령' 새희망씨앗 회장 첫 재판서 혐의 부인

檢 "기부금 128억원 모금하고 126억원 챙겼다"
"기부금이라고 한 적 없어…공소사실 과다하다"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7-11-10 11:54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을 돕는다고 속여 약 5만명으로부터 128억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후원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후원단체 '새희망씨앗' 회장 윤모씨(54·구속기소)와 대표 김모씨(37·여·구속기소)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남천규 판사의 심리로 10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윤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 제기한 업무상횡령·상습사기·기부금품모집에 관한 법률위반·정보통신망법위반 4가지 혐의 중 정보통신망법위반에 관한 공소사실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윤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대표 측도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면서 "실제로 상당한 기부가 이뤄졌다"고 항변하면서 "새희망씨앗의 후원을 받아 학교에 입학한 학생도 있다"며 검찰이 판단한 편취금액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윤 회장 등이 기부자들에게 '교육콘텐츠 상품을 구입하면 소외계층 아동에 대한 기부금으로 활용하겠다'며 속였다고 판단했지만, 이들은 단지 교육콘텐츠를 판매했을 뿐 기부금으로 활용하겠다고 속인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윤 회장 등은 이 외에도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목록 대다수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검찰이 필요한 증거를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이 판단한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금액을 보면 3만~4만원대 소액도 있다"면서 "회사 운영을 위해서 쓰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단의 법정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윤 회장과 김 대표는 연두색 수의를 입은 채 피고인석에 앉아 말없이 재판을 지켜봤다.

남 판사는 "피해자가 4만9805명에 이르고 증인도 100명이 넘는 등 사건이 방대하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다시 정리한 뒤 재판을 이어가겠다"며 첫 재판을 마무리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8월11일 상습사기·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윤 회장과 김 대표 등 6명을 입건해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 회장 등은 지난 2014년 2월1일부터 약 3년간 4만9805명의 시민에게 지역사회와 연계된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후원을 부탁하는 명목의 전화를 걸어 모금한 128억3735만원 중 126억원 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소외계층 아동청소년 후원 명목으로 128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았지만, 실제로 기부된 금액은 1.7% 수준인 2억원여에 불과했던 셈이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서울 구로구 일대에 위치한 사무실에 주식회사와 사단법인 등 2개의 법인을 같은 이름으로 설립했다. 주식회사는 법적으로 기부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기부금을 쉽게 받으려면 사단법인으로 포장하는 편이 손쉬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이어 인천·의정부·대전 등 전국 21개 지역에 지점을 차리고, 지점 콜센터직원들이 개인정보 2000만개가 수록된 DB자료와 미리 작성한 스크립트를 사용해 무작위로 후원 요청 전화를 돌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조사과정에서 이들은 "콜센터 직원들이 이야기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며 "전화만 받고 기부금을 내는 사람이 바보 아닌가"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실제 전화를 받은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낸 기부금이 장학금과 학습물품, 교육프로그램에 쓰이며 후원아동에게 1대 1로 전달된다는 설명만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이 연결 내용을 확인하고 싶다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 등을 핑계로 거절당해 실제로 후원아동과 연결된 경우도 없었다.

피해자들은 1인당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1600만원에 이르는 후원금을 냈지만 128억여원 중 실제 후원단체로 간 금액은 총 기부금액의 1.7%에 불과한 2억원여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복지시설에서 잘 쓰이지 않는 태블릿PC 800여대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강의 등을 구매하는 데만 쓰였다.

나머지 금액은 지점과 법인이 각각 6대 4 정도의 비율로 분배해 나눠 가진 후 사무실 운영비용과 직원들의 월급, 윤씨의 아파트 구입비,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단법인 외에도 자신들이 인터넷 강의를 제공한 교육시설 명의로 기부금 영수증을 과다하게 발행하도록 해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등의 치밀함도 보였다.

검찰도 지난 9월8일 윤 회장 등을 업무상횡령·상습사기·기부금품모집에 관한 법률위반·정보통신망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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