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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국정원이 논두렁 시계 언론에 흘릴 것 요구"(종합)

" '이런 사실 언론에 브리핑하겠다'며 거부"
"해외도피 아냐…조사 요청 있다면 언제든 귀국"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2017-11-07 18:09 송고 | 2017-11-07 18:21 최종수정
국정원. /뉴스1
국정원. /뉴스1

이른바 '박연차게이트' 수사를 지휘하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59·사법연수원 14기)이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국정원의 수사 개입이 있었으며 조사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중수부장은 7일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도중 세상을 달리하신 것은 진실로 가슴 아픈 일"이라며 "저 개인적으로도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 수사 중 2009년 4월14일 퇴근 무렵 국정원 전 직원 강모 국장 등 2명이 찾아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뜻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 시계 수수 관련 수사 내용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들의 언행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화가 난 제가 '원장님께서 검찰 수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내일 오전 기자 브리핑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려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겠다. 원장님께도 그리 전해달라'고 정색하며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 국장 등이 크게 놀라며 '왜 이러시냐'고 하기에 제가 화를 내면서 '국정원장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강하게 질책했다"며 "이에 강 국장 등 2명은 '자신들이 실수한 것 같다면서 오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하고 사죄한 뒤 황급히 돌아갔으며 저는 이러한 사실을 위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후 2009년 4월22일 KBS에서 '시계수수 사실' 보도, 같은해 5월13일 SBS에서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는 보도가 연이어져 국정원의 소행임을 의심하고 나름대로 확인해 본 결과, 그 근원지가 국정원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장은 "이런 사실을 근거로 2015년 2월23일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검찰이 시계수수 사실을 흘려 망신을 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보도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국정원의 노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 관련 사실을 언급했는데 약속을 어기고 보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장은 해외 도피 의혹과 관련해 "일하던 로펌을 그만둔 후 미국으로 출국해 여러 곳을 여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 수사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수사와 관련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은 없었고 검사로서 소임을 다 했을 뿐이라는 점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잘못한 점이 있어 조사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며 도피 의혹을 일축했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부장은 이날 일부 언론이 미국 체류 사실을 보도하자 이같은 입장문을 보내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검 중앙수사부는 2009년 3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 본격 착수하고 같은해 6월 수사결과를 발표했는데,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은 수사 내용을 미공개하고 내사를 종결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관여하고, 원 전 원장의 측근인 국정원 간부가 2009년 4월21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고가시계 수수건은 언론에 흘려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언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혁위는 국정원이 수사에 관여한 행위는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지만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다.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은 공소시효가 7년이다.

2009년 4월 KBS의 '명품시계 수수' 관련 보도와 2009년 5월 SBS의 '논두렁 투기' 관련 보도에 대해 KBS 기자는 '확인 거부'했으며 SBS 기자는 '검찰에서 들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이밖에 개혁위는 2009년 4월 원세훈 전 원장의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부각하라'는 방침에 따라 일부 언론담당 정보관이 방송사에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줄 것을 요쳥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정원 직원 4명이 SBS 사장을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과 KBS 담당 정보관이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고대영 현 KBS 사장을 상대로 조선일보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를 보도하지 말것을 협조요청하고 이 명목으로 현금 200만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200만원에 대한 예산신청서와 자금결산서, 담당 정보관 진술을 확보하고 뇌물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silver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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