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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무궁화' 임수향 "연쇄살인마보다 잔잔한 연기가 더 힘들었죠"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17-11-08 06:50 송고 | 2017-11-08 07:37 최종수정
에프앤엔터테인먼트 제공 © News1
에프앤엔터테인먼트 제공 © News1
배우 임수향에게 KBS 1TV 일일드라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극본 염일호 이해정, 연출 고영탁, 이하 '무궁화')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일일드라마도 처음이었거니와,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것과는 다른 잔잔한 연기를 해야 하는 것 역시 숙제였다. 여태까지와는 결이 다른 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배우 본인의 고민도 깊었다.

그럼에도 임수향은 무궁화 캐릭터를 결국 멋지게 소화해냈다. 임수향은 무궁화라는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마냥 쾌활했던 '아이가 다섯' 속 장진주와는 차별화를 하기 위해 톤이나 행동에 변화를 줬다. 덕분에 맑고 사려 깊은 무궁화의 매력이 극에서 더 부각될 수 있었고, 배우 임수향의 연기 스펙트럼 역시 한층 넓어졌다.

임수향 역시 이 작품을 통해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드라마를 하면서 긴 호흡의 작품을 할 때 주인공으로서 어떻게 잘 끌고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배웠다"며 "그만큼 정이 많이 들어서 종영이 실감 나지 않는다.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임수향에게 '무궁화'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열심히 달려온 데뷔 9년 차 배우. 아직도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것을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 많은 배우 임수향을 최근 뉴스1이 만났다.

(인터뷰 ①에 이어)
에프앤엔터테인먼트 제공 © News1
에프앤엔터테인먼트 제공 © News1
Q. '무궁화'에 출연하던 도중 '크리미널 마인드'에 연쇄살인마로 등장해 또 한 번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다. 어떤 캐릭터를 소화하기가 더 힘들던가.

"나는 잔잔한 연기가 더 힘들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에너지를 분출하는 연기는 체력 소모가 많긴 하지만 감정에만 몰입하면 되는데 잔잔한 건 자칫 잘못하면 재미없고 지루할 수 있지 않나. 어쨌든 시청자들이 작품을 볼 때 재미있어야 하니까."

"이런 연기들보다 더 대단한 건 남을 웃기는 코미디다. 그게 진짜 어렵다. 보통 슬픈 상황에서는 같이 감정에 동요되기 마련이지만 웃음이 나는 포인트는 각자 다르지 않나. 코미디는 하시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 나도 코미디 연기에 욕심이 있다. 'SNL'도 출연했었고.(웃음) 무궁화도 초반에는 코믹하게 풀어가려는 욕심이 있었다. 나중에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Q. '불어라 미풍아'에는 중간에 대타로 투입됐다. 부담감이 상당했을 텐데도 도전한 이유가 있었나.

"처음에는 거절했다. 박신애가 극에서 북한말을 쓰지 않나. 내가 '아이리스'로 북한인 캐릭터를 해본 적은 있지만 영어, 중국어를 썼지 북한말은 쓰지 않았다. 그런데 당장 1~2일 촬영하고 바로 방송에 나가야 하는 거다. 심지어 오지은 선배님이 너무 잘해주셨고 악역도 처음이고… 부담됐다. 그런데 작가님이 내게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때 (고민하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나를 원하는 사람들의 진심이 와 닿아서 선택하게 됐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한 것 같다. 끝나고 나니 얻은 것이 많았다."

Q. 소처럼 일하는 성실한 배우로 유명하다.

"연기를 시작하고 초반에는 1년에 한 작품하고 쉴 때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더라. 현장에 있고 연기를 하는 게 좋다. 어쩌다 보니 최근 3년 동안은 안 쉬었다. 나도 일 욕심이 많고 찾아주시면 거절을 잘 못해 그런 것 같다. (나를 찾아주는 분들이 있으면) 연기를 준비하면서 간절하게 오디션을 봤던 옛날 생각이 자꾸 난다. 그래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고 쉬고 싶다가도 일을 하게 된다."

Q. 연기를 하고 싶어 유학을 갔다가 돌아왔다고 하던데.

"13살 때 미국 유학을 갔다가 1년 만에 그만두고 돌아왔다. 그전부터 연기는 하고 싶었는데 유학을 갔다가 그냥 짐 싸서 들어온 거다. 그런 용기가 어디 있었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부모님도 많이 반대하셨다. 예고에 간다고 했을 때도 '저러다 말겠지' 하신 것 같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내 공연을 보러 오셨다. 당시 내가 비운의 왕비를 연기했는데 왕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애원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살갗이 까지면서도 열심히 연기하는 걸 보고 내 꿈을 인정해주셨다. 지금은 내 최고의 팬이다."

Q. 도도할 것 같은데 대화를 나눠보니 털털하다.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되게 허술하다. 도지한이 나한테 진짜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웃음) 촬영을 할 때 대사를 하고 문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가만히 앉아 있고 그러니까 그런 부분을 챙겨줬다. 또 길치여서 매니저가 항상 길을 알려주고 잘 챙겨준다."

Q. 어느덧 데뷔 9년 차다. 배우로서 길을 잘 걸어온 것 같은가.

"나는 잘 걸어왔다고 본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것들을 경험했고, 그 경험들이 내 연기 인생의 밑거름이 돼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 배워야 하는 부분도 많지만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대중이 조금씩 알아주는 듯하다."

Q.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인생작'은 무엇인가.

"'신기생뎐'이다. 나한테 큰 기회를 준 작품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주인공을 했던 작품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아직도 내게 '신기생뎐'을 좋아했다고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작품이다."

Q. 내년이면 마지막 20대를 보내게 된다. 아쉬움이 남진 않나.

"그냥 '20대가 가네'라는 생각이다. 나는 30대가 너무 기다려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 데뷔 후에 나이 들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내 실제 나이보다 나이 많은 역할을 많이 했었다. 지금은 내 나이와 비슷한 역을 하고 있다. 30대가 오면 내 나이보다 더 어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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