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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협력의 성과물 도민과 함께하는 장 만들 것 ”

[제주비엔날레] 下.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에게 듣는다
"비엔날레 제주사회에 뿌리 내리게 해 지속하는 행사로"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2017-11-04 21:55 송고
편집자주 제주도가 주최하는 첫 국제 미술전인 '제주비엔날레 2017'이 '투어리즘(Tourism)'을 주제로 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비엔날레를 통해 '문화예술의 섬 제주'의 역사를 써 나가겠다는 포부다. 뉴스1제주는 3회에 걸쳐 제주비엔날레가 지속가능한 행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이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오미란 기자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이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오미란 기자

2년 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인 비엔날레가 제주에서 열리게 된 데에는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의 의지가 컸다.

2016년 8월 취임 일성으로 제주도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비엔날레를 제안했던 그다.

2009년 문을 연 제주도립미술관은 그동안 행정공무원과 작가 등이 관장을 맡아 왔다.

제주에 연고가 없는 전문 전시기획자가 관장을 맡은 것은 김 관장이 처음이다.

그래서 더욱 제주비엔날레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강원도 평창 출신으로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 학·석사, 미술학 박사과정을 마친 김 관장은 1998년 국내 정상급 갤러리였던 가나아트센터 전시기획을 시작으로 사비나미술관 학예실장, 부산비엔날레 부산조각프로젝트 전시팀장,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대전시립미술관 재직 당시에는 예술과 과학을 융합하는 비엔날레인 '프로젝트 대전'을,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을 맡기 직전에는 예술과 지리산을 융합하는 '지리산 프로젝트'을 총괄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예술을 다른 영역과 묶어내는 큐레이션(Curation)에 큰 관심을 보여 온 그가 이번 제주비엔날레에서 화두로 내세운 것은 바로 '투어리즘(Tourism)'이다.

현재 제주비엔날레는 알뜨르 비행장 전시를 통해 '제주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물꼬를 텄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 관장은 "시민사회와 미술계, 행정간 민·관 협업에서 제주비엔날레의 미래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관장과의 일문일답.

- 제주비엔날레를 준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6년 8월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에 부임해 살펴보니 제주에 이렇다 할 국제 미술전이 없었던 점이 상당히 아쉬웠다.

비엔날레는 이 시대에 너무나도 많은 나라와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예술축제가 아닌가. 제주도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비엔날레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주 심플하다.

제주도립미술관에는 비엔날레와 같은 국제적인 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일련의 장(場)을 마련할 의무와 당위가 있고,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제주비엔날레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 2016년 8월 취임해 올해 4월 제주비엔날레 출범을 알렸다. 준비기간이 1년이 채 안 되는데, 아쉬움은 없나.
▶개최를 하기도 전에 실패를 예단하는 우려가 굉장히 많았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요한 것은 개최 후의 전시의 수준과 관객들의 반응이다. 관객들의 호응이 곧 비엔날레의 힘이기 때문이다.

목표는 제주도민의 10%(6만6000명)가 제주비엔날레를 관람하는 건데,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누적 관람객이 4만 명을 돌파했다.

충분히 목표 달성이 가능하리라 본다. 목표가 달성되면 제주에서 하나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나.

예산(16억원)이 적었던 점도 아쉽다. 그러나 주어진 예산 범위 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일 벌이는 관장을 만나 직원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는데,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투어리즘'을 주제로 정한 이유는.
▶처음에는 제주해양예술비엔날레를 구상했는데, 회차를 거듭할 수록 비엔날레가 주제에 국한될 것 같았다. 이후 논의의 폭을 넓혀 주제로 정한 것이 '더 소셜(The Social)'이었다.

예술학적으로 보면 벽화, 조각, 실내악 등 주문에 따라 생산되던 전근대사회의 예술은 근대사회로 오며 정치적인 함의를 갖기 시작했다.

베토벤이 민중의 권리를 옹호했던 나폴레옹을 위해 교향곡 '영웅'을 작곡했다가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에 오르자 악보를 찢어 버렸다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예술가가 비판정신이 살아 있는 하나의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예술이 점점 사회화되고 있다는 것이 제 진단이다. 공공예술과 비판예술을 넘어 이제는 예술에 보다 실천적인 태도가 요구되고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당초 주제를 '더 소셜'로 정했는데, 논의의 폭이 너무 넓었다. 그래서 제주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인 관광, 즉 '투어(Tour)'를 주제로 정했다. 그 뒤에 비판정신을 포괄하는 '이즘(ism·주의)'을 붙여 '투어리즘(Tourism)'을 주제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예술에 관광을 접목하는 것이 낯설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막상 해 놓고 보니 역발상이라는 평도 있고, 잘 한 것 같다. 자평이다(웃음).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이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오미란 기자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이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오미란 기자

- 전시 코스 가운데 '다크 투어리즘'을 전면에 내세운 알뜨르 비행장 코스가 단연 눈길을 끈다.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작가 시절이었던 2010년 알뜨르 비행장에서 개인적을 연 적이 있는데, 굉장히 선구적인 활동이었다고 본다.

아시다시피 알뜨르 비행장은 2차 대전 말기 일제에 의해 제주도민들의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다.

그런데 이미 알뜨르 비행장의 평화는 완성됐다고 본다. 전쟁기지가 농지로 바뀌었잖나. 개인적으로 농사는 가장 훌륭한 평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평화를 되찾은 알뜨르 비행장에 주목한 이유는 평화를 넘어 예술을 매개로 역사를 성찰하고, 알뜨르 비행장의 가치와 농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알뜨르 비행장의 농지를 밀어내 평화대공원을 짓는다고 평화가 오는 게 아니잖나.

이미 존재하는 역사와 농사라는 평화를 예술로서 잘 매개하고, 이를 통해 다크 투어리즘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자 정신이다.

- 제주비엔날레가 지속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겠나.
▶우선 국비가 필요하다. 16억원으로 제주비엔날레를 준비했는데, 예산과 인력 등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국내 타 지역 비엔날레와 비교해도 현저히 부족한 예산이었다. (국비 확보는)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다.

민간과 함께하는 협업도 필요하다. 예술은 사회로부터 호응을 받아야 한다. '그들 만의 리그'가 돼 버리면 다 죽는 것이다. 그 점에서 시민사회와의 동행, 민간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주비엔날레가) 사회예술을 표방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알뜨르 비행장 전시만 봐도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지 모른다. 앞으로도 마을, 협동조합과 만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그것이 곧 제주비엔날레 성공의 핵심 키워드가 아닐까.

관장이 누가 오느냐에 따라 (제주비엔날레가) 좌지우지되지 않는 시스템이 제주사회에 튼튼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인 것 같다.

- 관람객들에게 한 마디.
▶현대미술은 낯설다. 유럽인들도 낯설어 하는 것이 현대미술이다. 여기에 현대미술로 축제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더욱 낯선 일이기도 하다.

이 점을 생각하며 제주비엔날레를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작품이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면 지나치고, 뭔가 느낌이 통할 것 같다면 자세히 들여다 보면 되는 것이다.

시각 이미지인 미술은 뇌리에 길게 남는다. 확 끓어 오르진 않지만 마음 속에 잔잔하고 깊게 남는 것이 미술이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서 자신과 호흡이 맞는 작품을 찬찬히 되새겨 본다면 현대미술이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mro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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