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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의 제작노트③] '범죄도시' 제작자 "★마케팅·메이저 자본 아니어도 됩니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7-11-05 13:30 송고
'범죄도시' 스틸 컷 © News1
'범죄도시' 스틸 컷 © News1

※ 한 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제작자는 감독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을 담당합니다. [정유진의 제작노트]에서는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는 제작자들을 만나 스크린 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영화 '범죄도시'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벌써 개봉한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건만 박스오피스 3위권 내에 자리를 틀고 앉아 꿈쩍 않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 600만 관객을 넘긴 데 이어 잘하면 700만까지도 넘길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달 전만 해도 개봉 예정작 중에서 '최약체'로만 보였던 이 영화가 여기까지 오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출연 배우들도, 감독도, 제작자도 기대하지 못한 '특급 흥행'이다.

400만 관객을 넘긴 직후 만난 '범죄도시'의 제작사 홍필름 김홍백 대표는 "꿈이냐 생시냐"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제작자로서 오로지 손익분기점(200만 명)을 넘기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 배가 되는 관객을 동원하고 보니 "얼떨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듯했다.  

영화 프로듀서 출신인 김 대표는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차리기 전, 영화 '죽어도 좋아'(2002) '효자동 이발사'(2004),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등의 제작 프로듀서로 경력을 쌓았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끝으로 영화사 '홍필름'을 세우고 약 13년간 '심야의 F.M.'(2010) '뜨거운 안녕'(2013) '살인자'(2013) '워킹걸'(2014)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올해는 '범죄도시' 외에도 지난 2일 개봉한 '부라더'로 '2연타'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제작사를 운영한 13년 만에 처음으로 '흥행'을 해본다는 김홍백 대표를 논현동 키위미디어그룹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유진의 제작노트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소한 궁금증 하나가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가리봉동인데, 그곳에서 찍은 장면이 있나?
▶아니다. 없다. 사실 실제 거리에서 촬영을 하는 게 쉽지 않다. 가리봉동에서 찍은 건 없다. 재개발 지역이 있는데, 신림동이었다. 그 거리가 약 200미터 정도 된다. 우리가 영화를 찍고 나면 한달 뒤 철거될 지역이었다. 제작부에서 전기를 다 끌어와서 세팅을 다시 하고 그랬다. 그래서 사실 촬영이 너무 편했다. 사람이 없고 우리만 있으니까. 아무리 시끄럽게 하고 불빛을 쏴도 항의하는 주민들이 없어 촬영 때 어려움이 없었다.

-개발돼 없어졌다면 형사들이 훠궈를 먹던 그 가게도 없어진 건가? 또 세트 촬영은 아예 없었나?
▶가게는 없어졌다. 세트는 컨테이너 경찰서 내부와 공항 화장실 신이었다. 거기만 세트장에서 찍었다. 딱 두개가 컨테이너다.

-영화에서 경찰들이 컨테이너 박스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실제를 반영한 것인가?
▶그렇다. 그 금천경찰서에서 실제 촬영도 했다. 컨테이너 박스를 실제 형사들이 사무실로 쓰고 있다. 전쟁으로 치면 최전선에 있는 의미라고 하더라. 사건이 났을 때 바로 출발할 수 있는. 그래서 강력계 형사들은 따로 사무실을 쓴다고 하더라. 그걸 감독님이 실제 조사를 해서 넣은 거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처음부터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을 목표로 했던 것인가?
▶그렇다. 처음부터 '19금'으로 생각했다. 잠깐 15세 관람가 등급도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치도 있었는데, 막상 만들어 놓은 걸 봤을 때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다고 처음부터 잔인하게 찍고 싶진 않았다. 묘사는 절대 잔인하게 하지 말자고 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일 수밖에 없는 폭력적인 장면이 많다. 하지만 관객들이 '윽'하고 눈을 감는 이런 건 최대한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묘사 수위는 낮았다. 분위기가 무서울 뿐이다.
2017.10.20. '홍필름' 김홍백 대표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2017.10.20. '홍필름' 김홍백 대표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김홍백 대표는 어떻게 영화를 시작했었나?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했다. 부산에 있는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나와서 그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대학교 3학년 때 '억수탕'이라는 영화가 부산으로 찰영을 오게 됐을 때 아르바이트로 거기 제작부를 하게 됐다. 부산사람이니까 제작부가 운전하고 현장 찾아주고 하는 일이라 맞았던 거다. 그렇게 하다가 거기서 제작부장 하는 누나가 촬영이 끝나고 서울에 올라가서 다른 작품을 하는데 나를 불러주고 했다. 그러다 보니 졸업할 때 올라가서 작품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사들을 다니게 됐다.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마지막으로 나와 회사를 '건방지게' 차렸다. 고생을 많이 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사실은.

-포기하려고 한 순간도 있었나?
▶그런 생각은 많이 했지만, 포기한다고 해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일 밖에 안 해봤다. 연극영화과를 나와서 어릴 때 제작부를 하면서 영화 쪽 일만 해서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자신도 없고 벌어 놓은 놓은 것도 없어서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만 하자. 그래서 아내가 또 그걸 기다려주고 부모님도 기다려주셨고 하다보니 기회가 오지 않았나 싶다.

-홍필름 주소지가 부산이더라.
▶원래 서울에 있다가 부산에서 잠깐 해보려고 사무실을 조그맣게 했다. 다시 서울로 올라오려고 한다. 사실 부산에서 영화사를 제대로 해볼 생각도 있었다. 김휘 감독이 나와 동문이고 친하다, 김 감독이 먼저 부산에 내려가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휘 감독과 같이 부산 지역에서 영화를 한 번 만들어 보자, 했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되더라. 서울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으니까. 부산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막상 잘 안 된다.

-'범죄도시'가 제작자 김홍백에게 어떤 영화로 남을 것 같나?
▶날 초심으로 돌아가게 한 영화다. 이 영화를 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어쨌든 흥행에 실패하니까 '역시 톱 배우를 캐스팅해야 돼' '다 자극적인 걸 해야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무슨 영화를 만들어야 흥행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모르겠는 거다. 계속 안 되니까. 내가 했던 영화들이 다 흥행이 안 됐지만, 나름 의미가 있고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 생각했다. 그런데 혼란에 빠졌고 그랬는데 '범죄도시'를 하면서 다시 '꼭 스타 마케팅이 아니어도, 꼭 메이저 투자사 자본이 아니어도 흥행할 수 있다', '이야기만 재밌고, 신선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영화의 힘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사실 내 초심이었다. 꼭 스타 캐스팅이 아니어도, 영화를 잘 만들면 흥행하지 않을까, 하는 초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걸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제작자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이제는 초심을 갖고 일하겠다. 그전에는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내가 지금 준비하는 작품에 대한 의심을 많이 했다. 작품을 만드려면 자금이 들어간다. 그것에 대해 되게 조심스러웠다. 이제는 그런 것에 대해 조금은 내가 할 수 있겠다, 하고 싶은 영화도 조금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할 줄 아는게 영화밖에 없다. 평생 직업이 됐으면 한다. '범죄도시'를 통해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주어지지 않았나 싶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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