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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제작자는 감독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을 담당합니다. [정유진의 제작노트]에서는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는 제작자들을 만나 스크린 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영화 '범죄도시'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벌써 개봉한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건만 박스오피스 3위권 내에 자리를 틀고 앉아 꿈쩍 않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 600만 관객을 넘긴 데 이어 잘하면 700만까지도 넘길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달 전만 해도 개봉 예정작 중에서 '최약체'로만 보였던 이 영화가 여기까지 오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출연 배우들도, 감독도, 제작자도 기대하지 못한 '특급 흥행'이다.

400만 관객을 넘긴 직후 만난 '범죄도시'의 제작사 홍필름 김홍백 대표는 "꿈이냐 생시냐"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제작자로서 오로지 손익분기점(200만 명)을 넘기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 배가 되는 관객을 동원하고 보니 "얼떨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듯했다.  

영화 프로듀서 출신인 김 대표는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차리기 전, 영화 '죽어도 좋아'(2002) '효자동 이발사'(2004),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등의 제작자로 경력을 쌓았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끝으로 영화사 '홍필름'을 세우고 약 13년간 '심야의 F.M.'(2010) '뜨거운 안녕'(2013) '살인자'(2013) '워킹걸'(2014)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올해는 '범죄도시' 외에도 지난 2일 개봉한 '부라더'로 '2연타'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제작사를 운영한 13년 만에 처음으로 '흥행'을 해본다는 김홍백 대표를 논현동 키위미디어그룹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유진의 제작노트①]에서 이어집니다. -영화가 잘 되면서 배우들의 인기도 높아졌다. 마동석, 윤계상 외 다른 배우들을 주목하게 되더라.
▶그게 사실 너무 좋다. 너무 뿌듯하다. 다 오디션으로 발굴했다. 조재윤, 최귀화까지는 오디션을 안 했고, 나머지 배우들은 전부 오디션이었다.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정말 괜찮을 것', '뜨겠다' 확신을 줬던 배우도 있었나?
▶나는 김성규(양태 役)였다. 그 분은 오디션 때 이미지를 양태처럼 하고 왔다. 머리 모양도 그랬고, 눈빛이 약간 이상하게 풀린 것처럼 해서 오디션을 보는데…. 사실 양태가 되게 늦게 캐스팅 됐다. 양태를 누구로 해야하나, 어떤 느낌일까 고민이 많았다. 시나리오에는 지금처럼 그렇게 부각이 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떤 배우가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오디션 막판에 그 배우가 들어와서 연기를 하는데, 다들 그의 연기를 보고 '양태는 저렇게 하면 되겠다' 하더라. 감독님이 '양태는 저 사람이네' 그랬던 것 같다.

2017.10.20. '홍필름' 김홍백 대표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양태 역의 김성규 뿐 아니라 위성락 역의 진선규도 눈에 띄었다. 진선규는 보면서 어땠나?
▶진선규는 찍으면서 놀랐다. 오디션 때는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그때는 머리가 길었다.(웃음) 머리가 긴 상태로 오디션을 보고 그래서 그냥 '연기 잘하네' 그 정도였지. 그런데 어느날 머리를 깎고 '빡빡이'로 왔는데, 그날 촬영하면서 깜짝 놀랐다. 너무 깜짝 놀랐다. 너무 잘해서…. 윤계상과 진선규, 김성규 이 세사람이 합숙을 하면서 연기했다더라. 노력이 대단했다. 타고난 연기도 있지만, 자기 역할을 준비하는 자세가 너무나 훌륭했다.

-합숙을 주도한 사람은 역시 윤계상이었나?
▶윤계상이었다. 그게 쉽지 않은 것 아닌가. 자기가 주인공인데 말이다. 위성락과 양태가 시나리오에서는 오른팔, 왼팔의 느낌인데 역할을 조금 더 나눠준 거다. 그리고 나눠준 그 역할을 두 사람이 또 잘했다. 영화적으로 훨씬 풍성해 보인다, 장첸 일당이. 그걸 보면서 나는 '그렇지!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주인공들에만 초점이 맞춰진 영화가 대부분인데 이 영화를 계기로 다른 영화도 조연, 단역 배우들 중에서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옛날엔 그런 영화가 많았다. 영화를 보면 새로운 얼굴들이 좀 있었다. 요즘은 너무 주인공에만 맞춰 있다. 나부터도 그렇게 만들었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하면서, '범죄도시'를 하면서 배웠다. 관객들의 '니즈'가 이런 거였는데, 주인공만 보는 게 아니었는데, 새로운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고 여러가지를 보여주는 건데 이 영화가 그런 모범 사례가 본의 아니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이 영화를 통해서 마동석을 다시 보게 됐다. 단순히 영화 기획, 제작에 관심을 갖는 배우, 그 수준을 넘어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서도 재능을 보인다는 생각이 들더라.
▶마동석은 되게 영리한 배우다. 노력을 많이 하고 공부를 많이 하고 영화도 많이 본다. 영화적으로는 대화를 해보면 내가 밀릴 때가 많다. 그만큼 배우 이상의 영화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 '배우 이상'이라는 말은 우리처럼 제작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획자로 아주 좋은 사람이다. 또 워커홀릭이다. 지금 마동석과 차기작도 얘기하는 게 있는데, 그 바쁜 중에도 차기작들에 대한 회의를 전화상으로 하고 그런다. 대단하다.

-감독님에 대해서도 얘기해달라. 17년간 데뷔를 못하고 계셨는데, '범죄도시'의 연출을 맡게 된 과정을 알고 싶다.
▶강윤성 감독은 17년 전 굉장한 유망주였다. 시나리오를 잘써서 17년 전에 모 영화사에서 거의 촬영 직전까지 갔었다. 다 준비했는데 그게 잘못되서 엎어지고 다른 영화사에서 가서 엎어지고 하던 과정이 많았던 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는 사람들은 분명히 '잘될 것이다' 하는 기대가 다 있었던 사람이다. 그게 13-14년 지나서 마동석을 만나면서…. 물론 그 전에도 두 사람은 친구사이였다. 작품적으로 만난 걸 말하는 거다. 마동석의 아이템을 듣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잘 된거다. 잘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밖에 영화를 찍으며 도움을 받았던 사람 중에 기억나는 사람이 있나?
▶이 영화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신 형사 분이 계시다. 앞으로 나오시지 않으려는 분이다. 현직에 계시니까. 그분이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는 많은 얘기들을 해주셨다. 감독님이 그분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예를 들어 마지막에 악당들을 잡는 유인해 룸살롱에 가서 잡는 장면이 있다. 장첸은 놓쳤지만. 그런 작전 같은 것이 그분이 해주신 얘기다. 그걸 살짝 각색했다. 영화적으로 아슬아슬하게 한 건데, 실제로 그렇게 잡았다는 얘기를 해주시더라. 또 지배인의 팔을 자르고 한 일은 실제 사건이더라.

[정유진의 제작노트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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