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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의 제작노트①] '범죄도시' 제작자 "영화사 13년만에 첫 흥행…꿈이냐 생시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7-11-05 13:30 송고
2017.10.20. '홍필름' 김홍백 대표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2017.10.20. '홍필름' 김홍백 대표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 한 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제작자는 감독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을 담당합니다. [정유진의 제작노트]에서는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는 제작자들을 만나 스크린 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영화 '범죄도시'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벌써 개봉한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건만 박스오피스 3위권 내에 자리를 틀고 앉아 꿈쩍 않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 600만 관객을 넘긴 데 이어 잘하면 700만까지도 넘길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달 전만 해도 개봉 예정작 중에서 '최약체'로만 보였던 이 영화가 여기까지 오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출연 배우들도, 감독도, 제작자도 기대하지 못한 '특급 흥행'이다.

400만 관객을 넘긴 직후 만난 '범죄도시'의 제작사 홍필름 김홍백 대표는 "꿈이냐 생시냐"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제작자로서 오로지 손익분기점(200만 명)을 넘기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 배가 되는 관객을 동원하고 보니 "얼떨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듯했다.  

영화 프로듀서 출신인 김 대표는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차리기 전, 영화 '죽어도 좋아'(2002) '효자동 이발사'(2004),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등의 제작자로 경력을 쌓았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끝으로 영화사 '홍필름'을 세우고 약 13년간 '심야의 F.M.'(2010) '뜨거운 안녕'(2013) '살인자'(2013) '워킹걸'(2014)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올해는 '범죄도시' 외에도 지난 2일 개봉한 '부라더'로 '2연타'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제작사를 운영한 13년 만에 처음으로 '흥행'을 해본다는 김홍백 대표를 논현동 키위미디어그룹 사무실에서 만났다.    

-'범죄도시'가 성공적인 흥행 성적을 내고 있는 소감이 어떤가?
▶일단 얼떨떨하다. 원래 목표는 손익분기점이었는데, 그저 좋다기 보다는…좋다, 사실은. 좋은데 그 좋음이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 스태프, 배우들이 좋아하니까 그 사람들을 보는 것으로도 되게 기쁜 그런 거다. 또 가족들, 지인들이 좋아하니까. 다들 '고생한, 힘들었던 김홍백이가 이제야 빛을 보는구나' 이런 얘기를 하면서 즐거워할 때 그걸 보면서 기쁘다,

-고생을 많이 했나?
▶어쨌든 영화사를 만들고 10여 년간 흥행을 못했으니까…. 고생을 했다.

-마동석이나 감독 등 함께 한 사람들과는 요즘 무슨 얘기를 나누나?
▶꿈이냐 생시냐 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올줄 몰랐다. 다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해주고 있다. '너 때문에 잘됐다, 너 때문에 잘 됐다' 하면서 격려해준다.

-제작사를 차리기 전 프로듀싱한 작품들 중에 유명한 작품들이 많더라.
▶그래서 영화사를 만들면 바로 흥행도 하고 이런 영화를 만들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세상을, 영화판을 쉽게 본 거였다. PD를 하면서 흥행도 했고, 톱 배우들과 작업도 하고 이러면서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나도 잘될 줄 알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끝나자마자 영화사를 차렸는데. 흥행을 계속 못 했다. 4년 이상 영화를 못 하다가 어렵게 '심야의 FM' 했는데 그것도 잘 안 되면서…. 잘 안된 건 아니다. 2주간 1위를 했는데 비수기라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제작자들은 손익분기점을 넘느냐 못 넘느냐 그런 게 중요하다.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예산 안에서 손익분기점을 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하는 건데 그걸 못했다. 그 다음부터는 예산이 작은 영화를 했는데 그 영화들도 손익분기점을 못 넘겼다.
© News1 영화 '범죄도시' 제공
© News1 영화 '범죄도시' 제공

-'범죄도시'가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인 건가?
▶그렇다. 영화사 차리고 13년 만이다. 그 부분에서 감회가 새로운 게 있다.

-처음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주인공인 배우 마동석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들었다. 어떤 과정 속에서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됐나?
▶마동석이 거의 10년 전부터 했던 얘기다. 10년 전부터 자기는 강력계 형사로, 나쁜 악당을 잡는 형사물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해왔다. 간단한 스토리를 이야기 하고는 했는데 4년 전부터 강윤성 감독과 두 사람이 만나서 구체적인 스토리를 찾게 된 거다. 거기에 걸맞은. 그러면서 마배우가 나에게 같이 한 번 해보자고 하더라. 가리봉동의 2004년도 이야기가 재밌더라. '오케이 같이 하자'해서 장원석 대표(공동제작사 다세포클럽)도 합류했다. 원체 다 친한 관계였다. 넷이 그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만 3년 반 만에 시나리오를 썼다. 3년 반 뒤에 투자가 결정이 됐다. 그게 2014년이다.  

-김혹백 대표, 마동석, 강윤성 감독, 장원석 대표, 이렇게 넷이 원래 친한 관계였나?
▶나는 이 작품 때문에 강윤성 감독을 알게 됐다. 마동석이 소개시켜줬다. 나이가 같아서 만난 첫날 친구가 됐다. 장원석 대표와는 13-14년지 형 동생이다. 장원석 대표가 우리보다 한 5살 어린 것 같다. 제일 잘 된 제작자다.

마동석은 20대 후반인가 30대 초반에 만났다. 배우를 하기 전부터 친구였다. 그때는 트레이너였다. 그때 몸이 막 이렇게 컸다. 그때는 친구의 친구여서 사적인 자리에서 만났는데 트레이너로 인사를 했는데 배우의 꿈을 갖고 있더라. 그래서 알게 됐다. 마동석과는 '범죄도시' 이전에 '심야의 FM' '뜨거운 안녕' '살인자'를 같이 했다. 이번에는 '범죄도시' '부라더'까지 했다. 홍필름에서 총 여섯 작품을 제작했는데 그 중 '워킹걸' 빼고 다섯 작품에 다 나온다.

-'범죄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시나리오는 1년 만에 뽑았지만, 투자받는 데 3년 반이 걸렸다. 그때는 마동석이 캐스팅된 상태였다. 액션 영화다 보니까, 예산도 들어가는 영화가고 하다 보니 투자사가 많이 의심을 하더라. 그때 마동석의 위치와 지금의 위치는 다르니까. 우리의 의지와 우리의 절실함이 아직 투자자들이 봤을 때는 의심이 되는 거더라. 그래서 사실은 그게 전화위복이 됐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치고, 계속 고친 거다. 사실. 감독님이 많이 힘들었겠지만, 그러면서 시나리오가 점점 더 좋아지더라. 그래서 3년 반이 온 거고, 그 시점에 운이 좋게 키위미디어가 투자를 해주기로 했다. 이 영화를 제일 잘 봐주시더라. 이 회사에서만 '제일 흥행이 될 거다, 밀겠다'고 해주더라.

-그외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투자를 받는 과정이 어려웠지, 투자를 받고 나서는 사실은 어려움이 없었다. 술술 뭐가 잘 풀리더라. 우리 내부적으로는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 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고, 마동석, 윤계상, 최귀화까지 말고도 이 역할에 딱이다 싶은, 우리 스스로는 약간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디션을 통해 정말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 해서 정말 잘 될거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찍었다. 찍을 때도 너무 좋았다. 그랬는데, 밖의 시선은 '작은 영화'더라. 그래서 그때 좀 그랬다. 우리는 잘 나왔는데, 추석에 모니터 시사에서도 반응이 잘 나왔는데, 밖에서는 '최약체', 작은 영화라고 하더라. '어 그런건가?' 우리 현실이 이런 건가 싶었다. 그래서 개봉쯤에 약간 불안했다, 사실은. 그런데 개봉하면서 관객들이 인정해주고, 입소문이 나고 하면서 안도감이 생기더라.

[정유진의 제작노트②]로 이어집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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