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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난민 장애 아동의 장애인등록 거부는 부당"

1심 판결 뒤짚고 "파키스탄 출신 뇌병변 아이 등록해주라"

(부산·경남=뉴스1) 박채오 기자 | 2017-10-31 11:48 송고
부산법원종합청사.© News1
부산법원종합청사.© News1

국내에 거주 중인 난민 장애아동에 대한 ‘장애인등록’ 거부는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김형천)는 뇌병변 장애를 갖고 생활 중인 파키스탄 난민 아동 미르군(11)의 장애인 등록을 거부했던 부산 사상구청에 대해 장애인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인권단체 '이주와 인권연구소'에 따르면 뇌병변 장애를 가진 미르는 지난 2015년 4월, 난민 인정을 받은 아버지의 초청으로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미르는 같은 해 6월 부산 사상구에 있는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가파른 언덕과 터널을 지나야 하는 스쿨버스 정류장까지는, 평지에서도 걷다가 자주 넘어지는 미르가 혼자서 다니기에는 위험한 길이었다.

본국(파키스탄)에서 받은 고문으로 어깨를 다쳐 팔을 쓰지 못했던 아버지와 임신 중 유산의 위험으로 외출이 어려웠던 어머니는 미르의 등하교를 도울 수 없었다.
집에서 스쿨버스가 서는 정류장까지 혼자 걸어 다닐 수 없었던 미르는 결국 등교 사흘 만에 학교에 다니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미르의 부모는 장애인등록을 하면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민센터와 구청, 보건복지부 등에 문의를 해봤으나 "난민은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을 재외국민, 외국국적동포, 영주권자, 결혼이민자로 한정하고 있다. 

결국 미르는 학교에 학습유예를 신청한 채 1년 가까이 집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후 미르의 소송을 위해 변호인단이 꾸려졌고, 지난 2월 관할 구청을 상대로 '장애인등록거부처분취소' 소송이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6월 부산지법은 "한정된 재원을 가진 국가의 재정 상태를 고려해 난민 장애인 아동에게 복지서비스 지원을 배제하는 것이 평등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장애인등록거부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1심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어졌다. 부산고등법원이 관할 구청의 장애인등록거부처분에 대한 취소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난민협약에서 정한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재정된 난민법의 입법 취지에 비춰 볼 때, 난민에게는 국민과 동일한 사회보장에 관한 권리가 부여돼야 한다"며 선고이유를 밝혔다.


ch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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