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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 빠진 로드맵에 민간발전업계 허탈…LNG전환 협의 일정도 無

LNG전환 발표 이후 정부의 움직임 없어…업계 '답답'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2017-10-25 16:12 송고
삼척포스파워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삼척 적노동 동양시멘트 광산부지 일원 2016.7.12/뉴스1 © News1 신효재 기자
삼척포스파워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삼척 적노동 동양시멘트 광산부지 일원 2016.7.12/뉴스1 © News1 신효재 기자

"모이 물어다 주는 어미새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심정이다"

지난 24일 '에너지 전환 정책 로드맵' 발표를 지켜보던 국내 민간발전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가슴을 졸이며 발표를 지켜봤지만 기대했던 내용은 전혀 없었다. 로드맵에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어떻게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로 전환할 것인지 전혀 언급이 없었다.

앞서 지난달 정부는 공정률이 떨어지는 석탄화력발전소 4기의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전환을 협의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이 된 발전소의 민간사업자인 포스코에너지, SK가스 등은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로드맵에 함께 담길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로드맵에서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을 뿐 '탈석탄'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LNG전환을 발표한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정부는 업계와 접촉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미 수천억을 투자하고 정부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민간발전업체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 로드맵에 따르면 국내 가동 원전은 올해 기준 24기에서 2022년 28기로 늘어났다가 2038년 14기로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로드맵에는 원전 축소로 줄어드는 발전량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를 확대해 2030년까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확대한다는 방침도 담겼다.

그러나 이날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의 한 축인 탈석탄 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공정률이 낮은 석탄화력발전소 9기 중 4기는 LNG 등 친환경연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업계와 협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에너지가 추진 중인 삼척화력발전소(삼척포스파워) 1·2기, SK가스가 주축이 된 당진에코파워 1·2기가 대상이다.

이후 한달 가까이 지났지만 정부는 업계와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애가 타는 것은 업체들이다. 민간발전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에너지 정책에 대해 언급 할 때마다 모든 직원들이 긴장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면서 "어제 발표된 로드맵에서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만 언급이 됐을 뿐 탈석탄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어 허탈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신규 화력발전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탓에 기업들은 정부의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산업부는 지난 6월 말까지였던 삼척화력발전소의 착공 허가 기한을 올해 말까지로 지연시키며 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LNG로 자율전환'을 내세우고 있지만 착공 허가를 내주지 않으며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매몰비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이미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사업이 백지화되면 삼척화력발전은 5600억원, 당진에코파워는 4000억원이 넘는 매몰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백운규 산업부 장관에게 "LNG전환은 (민간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보상은 필요 없다고 밝힌 상황인데. 맞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백 장관은 "연료전환은 강제로 할 수 없다"면서 민간의 손실에 대해 책임질 의사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업체들은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지만 정부가 먼저 연락해 오길 기다려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발전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LNG전환 협의 추진' 발표 이후에도 산업부가 구체적으로 협의를 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면서 "산업부가 국감으로 정신없기 때문에 이후에나 큰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석탄화력발전의 LNG 전환 여부는 올해 말에 나올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발표에 맞춰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song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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