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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 언제 끝나나"…해운업계, 공룡들 속 틈새전략 고심

상위 4개사, 잇단 M&A·신조 발주로 격차↑
영향력 유지 위한 최소 투자, 생존 사이 저울질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2017-10-24 06:00 송고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News1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News1

한국 해운이 고민에 빠졌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운업 육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정부 지원 규모와 경쟁력 제고 해법에 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현대상선은 수 년째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겪으며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한진해운 사태로 정부가 지원 방침을 세우며 한 고비 넘겼지만 불황이 계속돼 안심할 수 없다. 영향력 제고를 위한 선박도입은 꼭 필요하지만, 그 규모와 시기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과 속도조절론이 부딪히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근 선박 신조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6936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돈은 VLCC 5척, 컨테이너선 2척과 시설 구매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정부의 해운업 지원프로그램이 본격화하는 내년 추가 신조발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정부의 지원 의지는 반갑지만 부담도 크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운임 덕분에 배를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다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 지원에 고무돼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가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

한국 해운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글로벌 상위권 선사들은 공세의 고삐를 더 바짝 죄고 있다. 인수합병과 대규모 신조 선박 발주로 몸집 불리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우리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도 글로벌 선사들과 격차를 좁히기는 커녕 더 늘어날 처지다.

머스크라인은 함부르크수드를 합병하며 전세계 선복량의 19.2%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4위 코스코도 OOCL을 인수해 글로벌 선복량 11.6%까지 치고 올라왔다. 2, 3위 업체인 MSC와 CMA-CGM은 지난달 2만2000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을 각각 11척, 9척씩 발주했다. 현대상선 선복량의 절반에 달하는 선박을 한꺼번에 주문한 셈이다.

글로벌 선사들의 이같은 행보는 운임료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치킨게임에 현대상선이 대책 없이 동참하기 보다 영향력 확보와 체질개선의 절묘한 완급조절에 성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고효율 선박으로의 전환 등 투자는 필요하지만 워낙 선복량 차이가 커 무리한 선대 확장은 재무위험성만 높일 것"이라며 "업계에서 주도적 역할은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계륵' 수준의 영향력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선사들은 몸집이 큰 만큼 치킨게임으로 걸리는 과부하도 매우 크다"며 "대형선사 하나만 무너져도 국적선사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발주자인 SM상선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우방건설, 대한상선과의 합병 등 우오현 회장의 적극적 투자 속에 시장 안착에 매진하고 있다. 상반기 14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적자 폭은 줄고 있다. 일각에선 올 3분기 흑자 가능성까지 언급했지만 적자를 벗어나는데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SM상선은 현재 총 16척, 5만TEU 규모의 선박을 운용하고 있다. 내년에는 대선 중인 15척을 들여와 미주 서안과 동안에 투입해 15만TEU까지 컨테이너선대를 확충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의 3분의 1 정도 규모로, 양사의 합계 물동량은 옛 1위 국적선사 한진해운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eon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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