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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LG디스플레이, OLED 공장 中 대신 韓에 못 짓는 이유

기업들, 기술유출 우려 '지나치다'
세계 최대 TV시장 공략·관세인상 대비하려면 불가피

(서울=뉴스1) 서명훈 기자 | 2017-10-22 09:00 송고 | 2017-10-23 08:09 최종수정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서 가동 중인 8.5세대 LCD 패널 공장(LG디스플레이 제공) © News1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서 가동 중인 8.5세대 LCD 패널 공장(LG디스플레이 제공) © News1 

‘중국에 공장을 지으면 기술유출 우려가 큰 데 한국에 공장을 지으면 이같은 우려를 지울 수 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인데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최근 고위 공무원들이 기업인과의 간담회나 조찬 강연 등에서 한 발언을 종합하면 이같이 요약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한 것을 감안하면 당연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기업인들은 이에 대해 ‘너무 순진하거나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일부에서는 “정말 상황을 모르고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이라면 희망이 없다”고 말합니다.

◇ '기술 유출' 우려 진짜 심각한가

사례로 한번 살펴보면 보다 이해가 쉽습니다. 사업가 A씨는 앞으로 외국업체와 경쟁하려면 공장 증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새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새 공장 건설에 10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그런데 한 지방자치단체가 공장 부지도 제공하고 세금도 깎아주겠다고 합니다. 덕분에 한 400억원 정도만 있으면 공장을 충분히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이곳은 납품처와 가깝기 때문에 물류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공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그러지 말고 그냥 자기들 지역에다 공장을 지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지원책은 내놓지도 않은 채 그냥 나가지 말라고 합니다.

사업가 A씨는 억울합니다. 지금까지 공장 지어서 일자리도 늘리고 세금도 꼬박꼬박 냈는데 도움은 못 줄망정 새 공장 짓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LG디스플레이 상황이 바로 사업가 A씨와 ‘닮은꼴’입니다. 새로운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지자체를 중국 정부로, 남으라는 지자체는 우리 정부로 바꾸면 비슷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현재 산업부는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LG디스플레이가 제출한 중국 공장 설립 신청서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신설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입니다.

경제계는 산업부가 내세운 ‘기술 유출 우려’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합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10년 넘게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유출은 단 1건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일부에서는 액정표시장치(LCD)를 예로 들며 LG디스플레이가 중국에서 OLED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금방 기술이 중국에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LCD 패널 생산량은 중국업체에 1위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기를 다시 따져봐야 합니다. 한국기업이 중국에 LCD 공장을 가동한 것은 2014년 무렵입니다. 반면 BOE와 CSOT 등 중국 패널 업체들이 공장 건설을 시작한 것은 2009년이었고 2011년부터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부상은 연관성이 없습니다. 오히려 중국 TV 시장이 급성장했고 중국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OLED 패널은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아날로그 성격이 강하다”며 “단순히 어떤 장비를 사용하고 원재료를 안다고 해서 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합니다.

똑같은 요리재료와 주방기구, 레시피를 이용하더라도 일반인과 일류 요리사가 만든 요리의 맛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C대기업 관계자는 "기술이 유출되면 본인들 회사부터 망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결정할 때 기술 유출 가능성을 가장 먼저 살핀다"며 "기술 유출 우려를 막을 확신이 없다면 등을 떠밀어도 나갈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중국 진출, '피할 방법이 없다'… 2020년 관세 폭탄 대비해야

LG디스플레이가 중국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현행 5%인 관세를 2020년에 20%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관세가 이렇게 높아지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고스란히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해 완제품이 나오기까지는 2년 정도가 걸립니다. 2020년에 관세를 올리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내년에는 공사에 들어가야 하는 셈입니다. LG디스플레이 경영진들이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세탁기 공장을 짓기로 한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에서 생산한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여부를 심의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비록 중국에 공장을 짓지만 그 수혜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LG디스플레이 OLED 생산라인 장비의 70%는 모두 국산입니다. 중국에 공장을 건설하게 되면 국내 장비업체들의 매출이 3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부품/소재 협력사들도 연간 1조원 정도를 수출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국내에서 생산해서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일부 지원책이 마련돼 있지만 국내 생산으로 해외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중국 공장 건설이 늦어지고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빅 픽쳐’를 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mh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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