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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뒤 아내·딸 방화 살해 혐의 50대 무죄...왜?

법원 "방화 원인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광주=뉴스1) 전원 기자 | 2017-10-22 08:00 송고 | 2017-10-22 10:04 최종수정
광주고등법원 전경. © News1DB
광주고등법원 전경. © News1DB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집에 불을 질러 부인과 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노경필)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52)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었다.

재판부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박씨가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 고의로 불을 질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사실과 달리 다른 원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오후 10시3분쯤 전남 해남군 해남읍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딸(16)을 숨지게하고 부인에게 2도 화상을 입히고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불은 주택 1층 73㎡를 태워 1400만원(소방서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18분만에 진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부인과 다툼을 벌이던 중 부인이 큰소리를 쳤다는 이유로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박씨는 "휘발유를 집에 뿌렸지만 불은 내가 지른 것이 아니다"고 혐의를 부인했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화재 당시 박씨는 맨발에 상의만 입고 하의를 탈의한 상태였던 점 등을 보면 박씨는 실제로 집 안에 불을 지르겠다는 생각보다는 부인에게 겁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재가 발생한 뒤 박씨는 다리 등에 화상을 입은 채 집 밖으로 탈출했고, 창문을 통해 탈출한 부인을 부축해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딸을 소리쳐 부르거나 수도 호스로 불을 끄려고 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대검찰청 과학수사1과 화재수사팀이 작성한 감정서에 의하면 박씨가 휘발유가 묻은 왼손으로 라이터를 켜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종전에 다른 사건과 관련해 실시했던 유사 재현실험의 결과와 박씨가 입은 화상 부위와 정도 등을 바탕으로 추론한 상황으로 사건 발생 당시의 실제 조건과 일치한다고 보기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상황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박씨가 왼손에 입은 화상도 라이터를 켜는 행위로 인해 입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집안에 넓게 확산된 휘발유 유증기가 다른 점화원에 의해 점화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쉽게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박씨가 방화의 고의를 가지고 착화행위를 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jun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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