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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벙커였던 곳 맞아?"…갤러리가 된 여의도 지하벙커

유휴공간이던 옛 군사시설 개조…서울시립미술관 분관 '세마 벙커' 가보니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7-10-19 17:42 송고 | 2017-10-20 11:00 최종수정
'세마 벙커' 2017.10.19/뉴스1 © News1 김아미 기자
'세마 벙커' 2017.10.19/뉴스1 © News1 김아미 기자


"여기가 벙커였어요?"

19일 오전 공개된 서울시립미술관의 새로운 여의도 분관 '세마(SeMa) 벙커'를 찾은 많은 미술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1970년대 군사독재시절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던 이른바 '비밀지하벙커'가 2005년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건립공사 도중 발견되고, 2015년 서울시가 시민체험행사를 통해 일반에 공개했을 때만 해도 거친 노출 콘크리트에 그야말로 비밀스러운 '벙커'의 기운이 전해지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안전총괄과와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주관 아래 지난 1년여간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시민에 개방된 세마 벙커의 주 전시장은 온통 하얗게 페인트칠이 돼 있어 '화이트 큐브'를 연상케 했다. 벙커의 '터프함'은 감춰지고 얌전한 기성 갤러리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미술관 관계자 및 기획자, 작가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벙커 공간이 가진 역사성이 가려진 것 같아 다소 아쉽다"는 평을 내놨다.

개관 첫 전시의 기획을 맡은 건 작가 양아치다. '여의도 모더니티'라는 주제로 강예린, 진종헌, 신경섭, 김남수, 이나현, 유빈댄스, 송명규, 윤율리, 이유미, 조인철, 박정근 등 11명의 작가와 함께했다. 여의도에 대한 수직과 수평, 과거와 현재의 시선들이 교차하는 장면을 구성해 새로운 방식의 힘을 탐구한다는 취지의 전시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양아치 작가는 "여의도 지하벙커는 암울했던 기억이 많은 지역"이라며 "이곳의 과거가 현재에 갇혀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과거를 잡아놓고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대미술이 들어와서 그러한 부분들을 해소할 수 있는 건 뭘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공간이 과거를 자유롭게, 혹은 자연스럽게 노출시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양아치 작가 역시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제도가 만들어놓은 레이어이자 미적가치인 것 같다"며 "우리들로선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해외에서는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과거를 현대화하는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는데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도 그렇게 앞으로 개선되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연면적 871㎡의 세마 벙커는 전시장을 비롯해 역사갤러리, 사무실과 기타 운영에 필요한 제반 시설들을 갖추도록 조성됐다. 벽면은 하얗게 칠을 했지만, 타일 형태의 바닥은 그대로 두고 낮은 층고를 보완하기 위해 천정은 노출형태로 마감했다. 전시 공간 확보를 위한 내벽을 덧대고 엘리베이터 및 항온항습 시설 등을 구비했다.

세마 벙커는 지난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전시는 11월26일까지 이어진다. 다음은 전시장 사진들이다.
SeMA 벙커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 모습.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 모습.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SeMA 벙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비밀 지하벙커가 일반에 개방 돼 시민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는 지난 2005년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 시 발견됐으며, 1970년대 만들어져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이다. 서울시는 과거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방치돼 있던 지하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2017.10.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비밀 지하벙커가 일반에 개방 돼 시민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는 지난 2005년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 시 발견됐으며, 1970년대 만들어져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이다. 서울시는 과거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방치돼 있던 지하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2017.10.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세마(SeMA) 벙커에서 개관식을 마친 후 벙커 내부 전시물들을 둘러보고 있다. 2017.10.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세마(SeMA) 벙커에서 개관식을 마친 후 벙커 내부 전시물들을 둘러보고 있다. 2017.10.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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