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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시련과 방황, 책이 병원이다

앤 후드의 장편소설 ‘내 인생 최고의 책’

(서울=뉴스1)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 2017-10-18 08:36 송고 | 2017-10-19 16:02 최종수정
© News1

‘독서’를 주제로 삼은 책들을 심심치 않게 소개한다. 책 좀 많이 읽자고 서평을 부지런히 쓰는 입장이라 독서 권장서에 애정이 더 가는 것이다. 그런 책 중 아주 오래전에 독서 공동체 숭례문학당의 생생한 독서클럽 경험담을 엮은 ‘이젠 함께 읽기다’(북바이북)가 있었다.

당시 서평의 제목이 ‘마라톤 못지않은 중독의 독서 토론회’였던 걸로 기억한다. 편견, 우울증, 실직, 일중독 등으로 편치 않았던 사람들이 독서클럽을 거치면서 스스로를 치료해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았었다.

또 다른 책 중에는 대한민국 대표 책벌레이자 이야기꾼인 박균호의 유쾌한 독서 에세이 ‘독서만담’이 있었고, 왕성한 독서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최고의 경지에 오른 우리나라 각 분야 유력인사 34명의 독서 내력을 취재해 엮은 윤승용의 ‘리더의 서재에서’도 기억난다. 대개 이런 책들은 등장인물들이 제공하는 좋은 책에 대한 정보와 독서 나침반도 유익하지만 ‘나도 독서로 지금의 난국을 돌파해 보자’는 자극을 주는 자기계발서의 역할도 하는 것이 장점이다.

신간 번역서인 미국인 작가의 ‘내 인생 최고의 책’ 역시 '독서와 치유'가 주제인데 장편소설이라는 형식이 독특하다. 주인공 에이바는 어린 나이에 맞닥뜨렸던 여동생과 엄마의 죽음의 충격을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낯선 작가의 책을 읽고 또 읽으며 극복했다.

그러나 남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이혼 선고를 받아 절망에 빠지고, 에이바의 딸 매기 역시 마약과 섹스에 중독돼 타락해간다. 에이바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이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동네 도서관의 독서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클럽 멤버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사이 그녀는 어느새 삶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를 회복한다. 딸 매기 역시 결국 책으로 인해 본 궤도로 귀환한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베티 스미스의 ‘브루클린에는 나무가 자란다’ 같은 좋은 책들이 왜 좋은지, 어떤 대목에서 감동을 느끼고 지혜로운 교훈을 얻었는지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 일색의 책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린 릴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엄마 샬럿과 이모 비어트리스의 묘연한 행방, 파리에 있던 매기의 타락과 실종이 그 옛날 샬럿의 정부였던 은퇴 경찰 행크 빙엄의 끈기 있는 추적과 엮이면서 추리소설로 둔갑, 독서의 속도감을 높이는 묘술을 발휘한다.

여동생과 엄마의 연이은 죽음으로 충격에 빠졌던 에이바를 구원했던 가상의 책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진짜 저자는 로절린드 아든이라는 가상 인물이 아니라 그녀의 엄마 샬럿이었다. 딸 에이바가 정상인으로 잘 살기를 바라는 엄마 샬럿이 혼신의 힘을 다해 썼던 것.

‘내 인생 최고의 책’이란 소설적 스토리의 발단은 오빠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5살짜리 딸을 급성 질환으로 며칠 만에 잃은 비탄과 시련을 독서로부터 구원 받았던 작가 앤 후드의 실제 경험이다.

◇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책세상/ 1만4800원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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