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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파행을 여성성 비하로 왜곡"…페미니스트가 본 촛불

서울인권컨퍼런스 '광장민주주의와 인권' 세션 발표
"정권교체 후에도 '동성애 낙인찍기'로 소수자 혐오"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7-10-16 18:33 송고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7 서울인권컨퍼런스'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개회를 축하하며 박수치고 있다. 앞줄 왼쪽 네 번째부터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최영애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 2017.10.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7 서울인권컨퍼런스'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개회를 축하하며 박수치고 있다. 앞줄 왼쪽 네 번째부터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최영애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 2017.10.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지난 겨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을 뜨겁게 달군 촛불집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탄핵을 가져왔지만 여성 등 소수자 혐오의 한계 또한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7 서울인권컨퍼런스에서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 의제행동센터장은 특별세션1 '광장민주주의와 인권'에서 이같이 밝혔다.
나영 센터장은 발표문에서 "박근혜정권에서 드러난 파행과 적폐는 가부장 정치권력의 카르텔이 초래한 문제인데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여성의 속성으로 쉽게 치환돼 여성 일반의 정치적 능력과 시민성 자체를 비하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집회 과정에서 나온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등의 성차별 속담, 여성의 신체와 속성을 소재로 풍자한 전시물 등을 예로 들었다. SNS에서 알려진 집회 일부 현장에서의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 제보도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나영 센터장에 따르면 이같은 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성 대통령'으로 상징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대선 초기만 해도 박근혜 후보는 여성 상징성을 크게 강조하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상징만으로도 보수층의 지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 레이스 후반 인민혁명당 사건 판결 발언과 정수장학회 입장 표명 후 지지율이 떨어지자 '여성 대통령' 카드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민주당 등 야당은 되레 "박 후보는 출산과 보육, 장바구니 물가를 모른다"며 여성성을 왜곡했다. 평생 가부장제를 체험한 40~50대 저소득층 여성을 중심으로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오른 이유다. 나영 센터장은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의 권위로 주체의 위치를 얻고 그 위에 여성의 상징성을 정치쇄신으로 덧입히는 전략을 취해 타자들의 열망을 발판삼아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다. 박근혜 정부의 파탄이 드러나고 권력기반이 무너지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여성 상징성만 남게됐다는 것이다. 박근혜정권의 파행은 곧 '여자' 대통령의 문제였고 대한민국은 강남 '아줌마' 최순실씨에게 농락당한 셈이 됐다. 나영 센터장은 "세월호참사 당일 '사라진 7시간'은 그 사실만으로도 심각한 직무유기로 핵심문제가 돼야하는데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어떤 시술을 누구에게 받았는지가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사가 됐다"고 꼬집었다. 박근혜정권의 파행이 보편적 여성성의 문제가 되면서 촛불집회에서도 여성비하와 성차별적 태도로 나타났다는 결론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이같은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차별금지법 제정과 낙태죄 폐지는 후순위로 미뤘다. 상대 후보의 공세에 동성애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성소수자 혐오도 확산됐다. 나영 센터장은 "빨갱이로 상징되던 비시민·시민의 자리는 동성애자로 대체됐고 아예 '동성애 지지' 질문이 정치적 검열과 낙인찍기의 명분으로 등장했다"며 "이주노동자는 위험한 존재로 내몰리고 장애인은 여전히 시민과 분리돼 교육받고 살아가기를 요구받는다. 여성 혐오폭력도 점점 심해진다"고 주장했다. 

나 센터장은 "2016년 촛불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시민의 위치를 새롭게 설정해야 할 때"라며 "'잘 길들여진 착한 시민'의 경계를 넘어서, 개발과 성장의 뒷전으로 권리와 평등이 밀려나는 시대를 만들지 말자"고 강조했다. 

'차별없는 인권도시'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서울인권컨퍼런스는 17일까지 계속된다.


never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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